4차산업혁명이 가져올 노동환경의 변화..이명호의 <노동4.0>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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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이 가져올 노동환경의 변화..이명호의 <노동4.0> 리뷰
  • 강대호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18.05.1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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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고민한 '좋은 노동', 우리는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 'Green paper' © Bundesministerium fur Arbeit und Soziales 독일 노동 사회부

 

[강대호 북칼럼니스트] 한국의 노동자들은 아프고 혼란스럽다. 최근 불거진 한진그룹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몸뿐만 아니라 자존심까지 회사, 아니 사주에게 맡기고 다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유명 베이커리 회사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고용과 파견의 신분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경우도 많고. 최근 알려진 ‘탠디’의 경우처럼 고용노동자와 자영업자의 경계가 모호하기도 하다.

정치, 사회 등 세상이 변해가고 ‘4차산업혁명’의 구호 아래 산업구조는 급격히 변해가지만 노동 정책은 그 변화에서 소외당하는 현실에서 ‘미래 노동 정책’을 제안한 <노동 4.0>이 나왔다. 저자는 ‘미래학’ 관점으로 산업발전을 연구하고 있는 ‘이명호’. “지속 가능한 사회와 문명, 미래의 일과 기업의 변화”를 연구하는 그는 독일이 펴낸 <노동 4.0 백서>가 나오기까지 독일이 거쳤던 과정을 연구하여 “한국에서도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맞춰 노동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이 책을 냈다. 독일과 한국이 산업적 특성이 다르기도 하지만 높은 디지털 인프라를 갖추고 수출 중심의 제조업 비중이 높은 유사점도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독일의 고민, 시민 참여로 풀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을 “가상과 현실이 시뮬레이션으로 통합하는 ‘가상 물리 시스템(CPS. Cyber Physical System)’”이라고 했다. 독일은 이러한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현 산업구조가 처한 상황이 고민이 되었다. 제조업과 수출 위주인 산업구조가 변한다면 노동이 변하고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많을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2012년 첨단기술전략인 <인더스트리 4.0>을 발표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IT를 접목한 전 국가의 스마트 공장화(Smart Factory)”다. 전통적 제조업 강국인 독일다운 계획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노동 4.0 녹서(green paper)’를 내놓고 국민 토론의 주제로 상정했다. ‘녹서’는 ‘백서’를 만들기 위한 준비 문서 혹은 작업을 의미한다. 2015~2016년까지 기업, 학계, 협회, 시민들이 참여해 토론하고 합의한 결과로 2017년 1월 <노동 4.0 백서>를 발간했다.

 

▲ 노동 4.0 / clickworker.com

 

4차혁명과 함께 다가올 변화를 예측하다

 

‘백서’에서는 4차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독일에 닥칠 변화를 “노동환경의 변화, 노동 인식의 변화, 직업 세계의 변화” 세 가지로 분류하여 예측했다.

먼저 미래 노동은 경제, 산업 환경의 변화와 밀접한데 “디지털화, 글로벌화, 인구변화, 문화변화 등에 의해 그 산업 환경이 변화”하고 그에 따라 노동환경도 변할 것으로 예측한다.

다음으로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으로 인해 노동 인식의 변화가 온다고 예측했다. 이를 위해 현재 노동자들의 ‘7가지 가치 체계’를 설문한 통계를 인용해서 미래의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은 이전과 다를 것”이란 예측을 했다. 물론 일부는 “과거, 현재와 연속성을 보일 것”이란 보수적 예측도 했다.

마지막으로 직업 세계의 변화를 예측했다. “업종과 업무의 변화, 새로운 시장과 근로 형태, 노동 시간과 장소의 유연화” 등이 있으리라 예측하며, “빅데이터 활용과 자동화 기계와의 상호작용에 의한 직무”도 예측했다. 이를 위해 “기업 조직의 구조개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이 제시한 다섯 가지 비전

 

독일 정부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았다. “모두를 위한 일자리 마련은 가능할 것인가, 인생 주기에 따라 노동형태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사회안전망은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등 노동에 대한 깊은 고민을 6가지의 질문으로 던져서 의견을 구했다.

중요한 점은 의견을 모으기 위해 견지해야 할 네 가지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사후 대책이 아닌 적극적 예방 조치로, 이해관계 충돌 시 동반자의 관점에서 해결을, 힘이 약한 개인도 동등한 동반자임을, 경제 및 기술결정론에 의존하기보다는 사회가 함께” 만들어 간다는 대원칙을 제시했다.

이 과정을 통해서 <노동 4.0 백서>가 나왔고, 미래 노동, 노동 4.0의 비전을 제시했다. “경쟁력 있는 임금 체계와 사회안전망 확보, 좋은 노동으로의 통합, 다양한 노동 유형의 표준화, 노동의 질 유지, 공동 결정” 등 다섯 가지의 비전이다.

 

노동 4.0, 향후 독일의 과제

 

비전을 제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행 과제도 제안했다. 노동 문제와 정책을 논할 때 언급될 수 있는 모든 ‘아젠다’를 포함하고 있다. 고용, 노동 시간, 서비스 부문, 건강한 노동, 정보 보호, 공동 결정 참여, 자영업, 사회복지국가, 노동에 대한 새로운 상상 등 아홉 가지 ‘아젠다’다.

독일이 사회국가, 사회복지 국가를 표명하는 것처럼 균형적 시각에서 산업의 변화와 노동을 바라보고자 한 노력이 보인다. 특히 ‘자영업’을 보는 시각이 진보적이다. “고용노동자와 자영업자의 경계가 모호한 분야”가 있다는 것을 언급했다. “사용자에게 고용된 것과 유사한 형태”라는 것이다. 한국의 ‘탠디’의 제화공과 같은 사례다. 대한민국의 경우 ‘자영업’은 중기부 담당이기에 정책 방향에 시사하는 바를 던져준다.

이러한 <노동 4.0 백서>의 내용은 정부만이 아니라 수년간의 사회적 논의를 거친 초기 결론이며,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산업의 지원 대책과 발전 대책을 공문서로 작성하여 발표하는데 의미를 두는 지금까지의 한국 정책과정과는 그 철학이 다름을 책은 설명한다.

 

▲ 이명호 <노동 4.0> / 스리체어스

 

한국적 노동 4.0 제안

 

저자는 이러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와 ‘노동 4.0 녹서’를 통한 의견 수렴, 협의 과정을 거쳐 나온 <노동 4.0 백서>가 한국의 미래 노동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몇 가지 제안한다.

우선 “제도와 시스템 전체를 개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의 정책을 보면 ‘인공지능’이 화두이면 그에 대한 지원책이, ‘블록체인’이 시끄러우면 그 규제책을 내놓는다. 그때그때 불거지는 화제만 쫓아가는 형국이다. 산업정책도 “기술개발을 목표로 내놓는 것을 지양”하자고 제안한다. 글로벌 사회에서 경쟁력을 높이려면 기본 토양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디지털의 특성을 재고하고 산업과 노동을 재창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4차 산업혁명과 노동 4.0을 논의” 하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정책 결정의 권한을 정부에서 시민으로 옮기자는 것이다.

저자는 ‘노동 유연성’이 산업이 변화하면서 그 의미가 변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미래 사회에서 정부의 역할도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와 관료가 유망하니 개발하라고 하는 계몽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미래학의 관점에서 바라보자

 

저자는 사회와 산업구조가 변하는데 눈에 보이는 현상만 대처하는 것이 아닌 다가오는 미래를 전략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를 ‘갈등’과 ‘다양성’ 측면에서 바라본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시나리오는 “어떤 측면과 동인을 주요한 요소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의 미래 사회를 예측”할 수 있게 한다며, “노동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직업이 다양한 사회가 곧 발전사회”라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미래학’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저자는 “미래학 관점에서 바라보자”라고 제언한다. 4차산업혁명이 펼쳐질 미래를 “우리의 생태계에 맞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하며 시민이 함께하고 “혁신의 리더십이 함께”하는 미래를 제안하며 맺는다.

독일은 노동 분야의 미래 정책을 수립하며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시민 사회의 역할을 강조하며 함께 모여 시민적 합의를 이루었고 그 결과를 실천해 가고 있다. 한국도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기 위해서는 법률로 ‘공청회’와 ‘토론’을 거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법률적 요건을 맞췄다는 요식행위에 그치고 마는 현실이다. 또 많은 ‘지원책’이나 ‘대책’들이 보고서로 결재권자에게 보고되고 나면 흐지부지되는 사례가 많았다. 바꿔야 할 게 많은 이유다.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따라 노동환경도 급변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나온 ‘이명호’의 <노동 4.0>이 어떤 파문을 남길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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