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유쾌한 성인 코미디 영화 "바람바람바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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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유쾌한 성인 코미디 영화 "바람바람바람" 리뷰
  • 김이나 에디터
  • 승인 2018.04.2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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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불었고 난 흔들렸을뿐?

연배가 어느 정도 되야 좀 알만한 노래 중에 “My way” 라는 노래가 있다. 20세기 미국의 배우이자 가수였던 풍운아 프랭크 시나트라의 히트곡이다. 마이웨이 = 프랭크 시나트라 이렇게 기억되는, 말하자면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 : 대중 음악에서 한 개의 곡만 큰 흥행을 거둔 아티스트를 의미하는 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친 않다.

프랭크 시나트라는 재즈와 팝을 넘나드는 영역에서 수 많은 히트곡을 낸 가수다. 게다가 이 노래는 번안곡으로, 프랑스 가수 클로드 프랑수아의 <꼼 다비뛰드 (Comme D'habitude)>를 영어로 개사한 노래다.

멜로디와 감미로운 음색, 거기에 인생이 길처럼 묘사 (물론 가사는 ‘나의 길’이란 뜻보다는 ‘나의 방식’이란 뜻으로 해석되지만 어쨌든) 되었다고 여기는 팬들 덕분에 “마이 웨이”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100곡”엔 늘 들어가는 노래다.

서론이 길었다. 영화 “바람바람바람”을 보고 쓴 리뷰에 왜 팝송 이야기인가.

내 길에서 벗어난 사람들 얘기, 외도(外道) 얘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고리타분하게 “배우자를 배신하면 벌을 받는다”거나 “있을 때 잘해라”, 머 이런 타령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가 제목도 세상 가볍게 “바람바람바람”이다. 실제로도 시종일관 웃음이 나오게 하는 영화다. 편하게 봐도 되지만 배우자가 있는 관객이라면 배우자를 아주 잠시 떠올려봐도 좋을 영화다.  

 

영화는 “휘파람”으로 시작한다. 아주 경쾌하게. 휘파람도 입으로 부는 바람인가.

배경은 제주도. 바람 많은 곳. 거기에 바람 부는 거리에서 몸을 웅크리지만 옷 매무새가 흐트러지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바람이 부니까 흔들린다. 휘청거린다.

이렇게 바람이 불어대는데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있느냐는 듯 말이다.

 

▲ 영화 "바람바람바람" 스틸 컷

 

불륜을 마치 취미인듯 즐기는 석근이 있고 옹골지게 잠근 셔츠 단추처럼 절대 한치의 틈을 보이지 않는 매제 봉수가 있다.

무너져도 벌써 무너졌어야 할 석근 부부는 그러나 서로에게 전혀 불만이 없는 듯이 보이고 함께 식당을 하며 하루 종일 붙어있는 봉수 부부는 실은 서로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 부부다. 봉수의 아내는 오로지 돈과 아기 생각뿐. 봉수는 생기가 없다.

한치의 틈을 보이지 않으려던 봉수는 그러나 그를 이해해주는 제니를 만나면서 자연스레 서로에게 빠져든다. 바람은 불었고 난 흔들렸을 뿐.

궁지에 몰린 봉수는 결국 둘의 관계를 바람이라 쓰고 제니는 사랑이라 읽는다.

 

4명의 주연배우 중 단연 돋보이는 이는 이성민. 스토리가 살짝 지루해질 때쯤 등장하는 감칠 맛나는 연기가 정말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한다. 그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는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느낌이다. 교회 오빠 같은 진지한 얼굴의 신하균의 코믹 연기도 좋았고 이엘, 송지효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 영화 "바람바람바람" 스틸 컷

 

아내가 어떤 꽃을 좋아하는 지 끝까지 몰랐던 석근. 매년 아내의 기일에 롤러코스터 타는 것으로 그녀를 추모하지만, 문제는 아내는 롤러코스터를 싫어했다는 것.  롤러코스터를 타고 신나게 돌고 돌듯이 매 포인트 마다 다른 여자를 만나고 그녀에게 최선을 다했던 남편이 싫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왜 석근은 슬픈 얼굴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일까.

원심력과 구심력의 힘이 평행을 이루어 롤러코스터의 탑승자들이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부부도 원심력 (외도를 하려는 힘)과 구심력 (가정을 지키려는 힘)의 균형으로 살아가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또 하나. 롤러코스터는 말하자면 궤도 열차. 레일을 벗어날 수 없다. 레일 위를 달릴 수 있을 뿐 벗어날 수 없다. 실컷 즐겨봐야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올 뿐.

그래서 석근이 슬픈 얼굴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관객들은 유쾌하게 (혹은 통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  

 

▲ 영화 "바람바람바람"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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