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포기 언급 없는 북한…“기존 핵 보유하겠다”는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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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포기 언급 없는 북한…“기존 핵 보유하겠다”는 의지
  • 김현민
  • 승인 2018.04.2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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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전원회의 결정…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핵실험-ICBM 발사중지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을 폐기하기로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전원회의는 노동당의 중요 정책결정 기구다.

20일 개최된 전원회의에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라는 결정서가 만장일치로 채택되었으며, 결정서에 “주체107(2018)년 4월 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김정은은 보고에서 "핵개발의 전 공정이 과학적으로, 순차적으로 다 진행되었고 운반 타격 수단들의 개발사업 역시 과학적으로 진행되어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도 필요없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북부 핵시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쳤다"고 말했다. 이어 핵무력과 경제 건설의 병진노선에 대해 "역사적 과업들이 빛나게 관철되었다"고 선언하고, “경제건설 총력 집중이 새로운 전략적 노선”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핵무기 개발을 마쳤고, 핵기술과 핵무기도 가졌으니, 핵실험 시설 폐기와 핵실험, 미사일 발사를 협상용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결정적인 것은 핵포기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이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이슈를 의도적으로 빼먹은 것이다.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의 골자는 핵포기가 아니라 핵동결이다. 현재의 단계에서 핵개발을 동결하고 지금까지 확보한 핵무기를 보유한채 협상에 임하겠다는 취지다.

 

▲ 북한 함경북도 핵실험 위치. ①2006 ②2009 ③2013 ④2016/1 ⑤2016/9 ⑥2017 /위키피디아

 

이에 대해 청와대는 환영입장을 밝혔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입장문을 내고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와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결정을 환영한다"며 "북한의 결정은 전 세계가 염원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조만간 있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매우 긍정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면서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일단은 환영했다. 그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라며 "우리의 정상회담을 고대한다"고 환영했다.

 

북한의 이날 발표는 핵 협상의 첫걸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핵 동결과 핵 포기 사이에 넘어야 할 산이 많고 험하다는 사실도 일깨워 주었다.

자유한국당 정태욱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북한은 이미 6차례 핵개발 시험으로 사실상 핵을 보유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추가 핵시험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이전까지는 진전된 상황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자유한국당 논평은 이어 “북한은 2008년 6월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하는 등 수많은 살라미 전술로 핵 폐기쇼를 하고도 후일에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사례가 무수히 많다”면서 “김정은의 이번 핵 폐기 선언도 살라미전술에 의한 위장 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깎아 내렸다. 살라미전술은 얇게 썰어 먹는 이탈리아 소시지 살라미(salami)처럼 하나의 과제를 여러 단계별로 세분화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협상전술을 말한다.

워싱턴포스트지는 북한 발표 내용을 소개하면서 김정은이 핵개발에 많은 돈과 노력을 퍼부었는데, 쉽게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북한 전문가 벤자민 실버스타인(Benjamin Silberstein)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북한 발표에서 핵무기를 포기할 의지를 조금도 보여주지 않았다”면서 “거꾸로 그 메시지의 톤은 자신감과 힘에 차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경제에 매진하겠다는 주장은 핵협상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겠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남북, 미북 협상을 통해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경제적 지원을 요구할 것임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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