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세월이 갈라놓은 안철수와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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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세월이 갈라놓은 안철수와 박원순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4.0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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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시장 출마 선언…박원순과 동지에서 경쟁자로

 

[오피니언뉴스] 안철수. 그의 공식 직함은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다.

그는 4일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시의회 본관에서 서울시장 출마선언식을 갖고 "위선과 무능이 판치는 세상을 서울시에서부터 혁파하겠다"고 주장했다.

정치인 안철수는 이어 "7년 전 가을, 저 안철수에게서 희망을 찾고 싶어 하셨던 서울시민의 열망에도 답하지 못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 죄송스러운 마음까지 되새기고, 사과드린다.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 4일 서울시의회에서 가진 안철수 바른미래당 영입위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선언식장에 한 시민이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안철수 후보 블로그에서

 

그러면 안철수의 시계를 7년전으로 되돌려 보자.

2011년, 의사 생활과 컴퓨터 백신 개발에 주력하던 그는 정치에 뜻을 둔다. 그해 8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책임지고 사퇴하면서 2011년 10월 재보궐선거가 예정되어 있었다. 시장 선거에 앞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의 지지율은 50% 안팎이었고,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로 있던 박원순 변호사의 지지율은 5%대였다.

9월 6일 오후 4시 안철수와 박원순은 모처에서 만났다. 만남의 시간은 17분. 안철수는 50%대의 지지율을 아낌없이 5%대 지지율의 박원순에게 넘겨주었다. 안철수는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내우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 존중하는 동료이신 박원순 변호사를 만나서 그 분의 포부와 의지를 충분히 들었다.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하면서 시민사회 새로운 꽃을 피운 분으로서 서울시장을 누구보다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아름답고 훌륭한 분이다. 저에 대한 기대도 우리 사회 변화의 열망이 저를 통해 표현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중한 우리 미래 세대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격려하겠다. …… 단일화에 대한 아무런 조건도 없다. 출마 안 하겠다. 방금 말씀하신 대로 꼭 시장 되셔서 그 뜻 잘 펼치시기 바란다.”

이에 대해 박원순은 “아무리 신뢰관계가 있다해도 저보다 10배나 더 되는 지지도를 갖고 있던 분이 정말 아무 조건 없이 ‘더 잘 할 수 있다’고 하는 (내말) 한마디로 양보한다는 게 사실 또 믿기 어려운 일이다. 안 교수가 개인의 이익보다 사회의 어떤 공공적인 이익을 위해서 해왔던 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태도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리 정치사에 없던 일이다. 민주화 투쟁 시절에 동지였던 김영삼-김대중의 치열한 경쟁관계를 보아 왔던 국민들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곧이어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승리했다.

그후 안철수는 두 차례에 걸쳐 대권에 도전했다가 한번은 문재인 후보에 양보했고, 그 다음엔 문재인 현 대통령에게 졌다.

 

▲ 박원순 서울시장 /박시장 블로그에서

 

7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한 때 동지였던 안철수과 박원순은 서로 등을 돌렸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에서 과거 얘기를 언급했다.

"7년 전에는 박 시장이 잘 할거라 믿고 양보를 했었다. 그러나 서울은 지난 7년간 제대로 변화해야 할 시기들을 많이 놓쳤다. 그래서 제가 서울을 바꾸고 혁신을 하기 위해 이번에 서울시장에 출마했다. 서울이 바뀌어야 대한민국도 바뀔 수 있는데 서울은 지난 수년간 작은 변화만 있었을 뿐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7년전과 상황이 매우 다르다.

당시 정치신인이었던 안철수 교수는 정치 신인으로 신선함이 있었는데, 벌써 두 번이나 대선에 출마했고, 스스로 정당도 만들고, 국회의원도 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연임하면서 서울시 정치의 기득권을 행사하고 있다.

앞서 박원순 시장은 기자들에게 "당시(7년전)에는 이명박 정부의 독선에 우리가 맞서는 민주개혁진영의 동지로 함께 했던 것"이라며 "세월이 흐르면서 당적도 달라지고, 가는 방향도 달라지고 서로가 다른 곳에 서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7년이란 세월은 둘 사이를 정치적 동지에서 경쟁관계로 변화시켰다. 한번은 내가 양보했으니, 이번엔 당신이 양보하라는 논리가 적용될수 있을까.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그 전례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더불어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자유한국당에선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가 출마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안철수의 서울시장 재도전기, 이번에는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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