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에 ‘고르디우스의 매듭’ 풀기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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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에 ‘고르디우스의 매듭’ 풀기의 함정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3.1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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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가능한 북한 비핵화가 선결조건…과거의 실패 재현하지 않아야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이라는 용어가 화제다. 아시아를 정복한 고대 그리스의 알렉산더 대왕이 단칼에 복잡한 매듭을 잘랐다는 전설에서 나온 말이다.

고대 그리스에 프리지아(Phrygians)라는 도시국가에 왕이 없었다. 신탁에 의하면 왕이 될 사람은 전차를 타고 광장에 나타난다고 했다.

어느날 농부의 아들이었던 고르디우스(Gordias)가 전차를 타고 시내에 들어갔다. 거리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전차를 타고 오는 고르디우스가 신탁에서 말하는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그를 왕으로 추대했다.

갑자기 왕이 된 고르디우스는 자신이 탄 전차를 신전에 바치면서 노끈으로 매듭을 지어 단단히 묶어 놓았다. 그 매듭에도 신탁이 내려졌다.

새로운 신탁에 의하면 그 매듭을 푸는 사람은 아시아를 정복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라고 했다. 많은 사라들이 이 매듭을 풀려고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러던 중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아시아 원정길에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알렉산더는 고르디우스의 매듭 신탁에 관한 얘기를 듣고 자신이 풀어보겠다고 했다. 매듭은 무척 복잡하게 꼬여 있었다. 알렉산더는 매듭을 풀려고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단칼에 매듭을 베어버렸다.

그는 그 길로 아시아를 정복했다고 한다.

비슷한 말로 동양에서 쾌도난마(快刀亂麻)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헝클어진 삼(麻)을 단칼에 자르듯, 복잡하게 얽힌 사물이나 꼬인 문제들을 단숨에 처리함을 비유한 말이다.

 

▲ 고르디우스 매듭을 푸는 알렉산더 대왕. 잔-시몬 베르텔레미 그림. /위키피디아

 

정치인들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란 용어를 종종 쓴다.

2014년 9월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해서 가진 한 간담회에서 통일에 대해 “고르디우스 매듭을 끊듯이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청와대 관계자도 고르디우스 매듭을 언급했다. 4월 남북정상회담, 5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발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까지 점층적으로 대화를 해왔다면 지금은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하나씩 푸는 방식이 아니라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버리는 방식으로 나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더 큰 고리를 끊어버림으로써 다른 문제들을 자동적으로 푸는 방식이 아닐까 한다"라고 말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 풀기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단칼에 해결하는 방식을 말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말하는 더 큰 고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의미한다. 북한 비핵화라는 큰 문제를 풀면, 북한체제 보장, 대북제재 해제 등의 다른 매듭도 자연히 풀린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북한 핵 문제를 고르디우스의 매듭 풀기 방식으로 처리하는데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설사 북한이 두차례의 정상회담에서 핵 포기를 선언한다고 하자. 이를 검증하고 실현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과거에도 10·4 정상선언 당시 종전선언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뒤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호응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에는 북한이 비핵화조치와 검증이 실현된 후에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해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툭 던진 고르디우스 매듭해법은 오히려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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