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정점에 일본인 쓰쿠다…어느 나라 회사인가
상태바
롯데 정점에 일본인 쓰쿠다…어느 나라 회사인가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2.21 1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동주측 “쓰쿠다와 추종세력이 롯데 장악하는 수순” 비난한 적도

 

햇수로 4년에 걸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보면서 우려하던 것이 있다. 저러다 신동빈 회장이 쫓겨나면 회사의 지배구조가 일본인에게 넘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였다. 마침내 그런 상황이 온 것인가.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가 21일 이사회를 열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주회사 대표이사(CEO) 자리를 박탈했다. 신 회장이 한국 법원에서 뇌물공여 혐의로 법정구속됨에 따라 대표이사가 기소될 경우 해임하는 일본 기업의 관행에 따른 조치라는 롯데측 설명이다.

신동빈 회장의 혐의 여부와는 별개로,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롯데의 국적 여부가 또다시 도마위에 오르게 되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그동안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라는 일본인이 공동으로 대표이사를 맡아 왔다. 신 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쓰쿠다 혼자서 대표를 맡게 되었다.

 

▲ 롯데그룹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단독 대표이사가 된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 /일본 롯데 홈페이지

 

그러면 쓰쿠다는 어떤 인물인가. 쓰쿠다가 단독 대표이사가 되면서 롯데의 경영권은 흔들리지 않을까. 다양한 의문이 쏟아진다.

우선 쓰쿠다의 행적을 들여다보자. 나이는 74세로, 롯데그룹을 창업한 신격호 전 회장이 신임하는 인물이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신동빈 회장과 격렬하게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그의 형 신동주씨는 1년 3개월전인 2016년 11월 21일 입장자료를 언론기관에 돌리며 쓰쿠다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노골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쓰쿠다에 대해 "분수를 모르고 마치 롯데 총수인 것처럼 행동한다"고 말했다.

발단은 쓰쿠다 사장의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였다. 쓰쿠다는 인터뷰에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한국 기소와 관련해 사죄한다"며 "기업통치와 법령준수 체제를 강화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일본 사업 회사의 주식상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쓰쿠다는 그에 앞서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로 재신임 된데 대해 "우리들(이사회)이 신동빈 대표를 떠받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창업자 집안과 일체화된 경영 방식을 유지할 것임을 강조했다.

국내언론에는 쓰쿠다가 신동빈 회장의 측근이자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쓰쿠다의 발언을 보면 자신이 신동빈 회장과 동등한 자격으로, 지주회사를 꾸려가고 있다는 의미를 분명히 했다.

이에 신동주씨는 (쓰쿠다가) "분수를 모르는 언행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창업자(신격호)로부터 경영권을 탈취한 장본인이 마치 아랫사람의 잘못을 윗사람의 입장에서 사죄하는 것처럼 표현해 본인의 위치를 과시했다"고 지적했다. 상장 언급에 대해서도 "이미 신동빈 회장도 언급한 것이라 새롭지 않은데도 조기 상장을 구체화하면서 마치 본인이 그룹의 총수인 양 행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신동주씨는 쓰쿠다의 발언에 대해 "(쓰쿠다가) 신동빈 회장을 고용회장으로 내세워 한국 롯데를 원격조정하고, 본인이 일본 롯데를 직접 관할해 종국적으로 한·일 롯데를 쓰쿠다와 추종세력들이 완전히 장악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며 "이는 최악의 국부유출 상황으로, 결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롯데그룹을 정상화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신동주씨는 동생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났고, 국내 언론도 그의 주장을 패자의 자기변명 쯤으로 취급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신동빈 회장이 구속되고, 지주회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에서 신동주씨의 주장을 다시 한번 정색하고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 일본 계열사의 지주회사에 그치는 게 아니다.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인 호텔롯데의 최대 주주이며, 이를 통해 한국 롯데계열사들을 거미줄처럼 장악하고 있다.

쓰쿠다는 3년 가까이 지속되어온 롯데 경영권 분쟁의 핵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신동주씨는 자신이 일본 롯데에서 밀려난 것이 쓰쿠다의 책동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신동주씨는 2015년 여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사장으로 생각되는 사람들이 곡해된 정보를 아버지(신격호)에게 전달해 영구추방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버렸다"고 밝힌 바 있다.

 

쓰쿠다는 롯데의 일본 주거래 은행인 스미토모(住友)은행 출신으로 창업자 신격호 전회장과 와세다(早稻田)대 동문으로 한때 그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쓰쿠다는 2009년 일본롯데홀딩스 사장에 취임했는데, 이는 신격호씨가 그만큼 그를 신뢰했다는 얘기다.

한국 언론에 베일 속 인물이었던 그는 2015년 8월 4일 도쿄 주재 한국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청해 자신을 드러냈다. 이어 2015년 11월 21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쓰쿠다는 "(2009년) 취임했을 때 다케오(신격호의 일본이름)씨로부터 오너가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경영에서 탈피할 것을 의뢰받았다"면서 "경영과 소유의 분리를 앞으로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쓰쿠다는 2016년에도 도쿄 한국 기자단과 만나 신동빈 회장과 자신이 한국과 일본 사업을 각각 맡는 '2인 3각' 구도로 비유한 바 있다.

 

그의 표현처럼 이제 2인 3각에서 1인이 빠져 쓰쿠다 혼자서 롯데 지주회사를 맡게 되었다. 그의 밑에는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 일본 롯데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 고초 에이이치(牛膓栄一) 일본 롯데물산 대표 등 일본인들이 자리잡고 있다.

신동주씨는 동생 신동빈 회장의 빈자리를 자신이 채우겠다고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신동주씨가 지주회사의 대표이사가 되려면 쓰쿠다와 그가 리드하는 일본측 경영진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쌍방이 할말, 못할말을 해가며 감정의 골을 키웠기 때문에 일본 경영진의 지지를 얻기란 쉽지 않은 여건이다.

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등으로 되어 있다. 1대 주주인 광윤사는 신동주씨가 50%+1주를 가지고 있지만, 이 지분만으로 지분 수싸움에서 이길수 없다.

 

문제는 쓰쿠다를 중심으로 한 일본 경영진들이 한국 롯데 경영에 간여하는 것이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국 계열사에 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해 이사진 교체를 요구할 경우 이사회와 대표이사 선임이 가능하다.

 

2016년 10월 30일 신동주 측이 설립한 SDJ코퍼레이션의 민유성 고문이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롯데 지배구조에 쓰쿠다의 역할을 설명한 적이 잇다. 물론 민 고문이 신동주측 입장에서 인터뷰에 응했기에 진영의 논리를 폈다고 할수 있다. 하지만 그때 민 고문은 일본 지주회사의 속사정을 솔직하게 표현했다고 볼수 있다.

당시 민유성씨는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 27.8%를 보유하고 있는 종업원지주회가 130명의 과장∼부장급 직원으로 구성돼 있고, 의결권은 이사장 1명에게 위임돼 있다”고 밝혔다.

민 고문은 “종업원지주회의 규약에는 롯데홀딩스의 직원이 과장급으로 승진하면 자동으로 주식을 50엔에 샀다가 퇴직하거나 임원이 되면 매수가와 같은 50엔에 회사에 되팔도록 규정돼 있다. 종업원들은 사실상 의결권과 소유권을 갖고 있지 않고, 50엔에 대해 연 6엔씩, 12%의 배당만 받게 돼 있다. 따라서 종업원지주회 이사장이 어느편에 서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민유성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쓰쿠다 사장이 종업원지주회 이사장을 갈아치웠고, 새 이사장이 신동빈 회장을 따르겠다는 각서를 썼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기업 경영권 분쟁은 나라로 치면 전쟁이다. 우리는 신동빈 회장의 유무죄 여부를 떠나, 이를 이 기회에 롯데그룹이 일본인에 넘어거는지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롯데그룹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관련 입장 전문

 

<<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관련 안내 >>

금일 진행된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회 결과를 전달 드립니다. 금일 진행된 이사회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표명한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사임 건이 승인되었습니다.

일본 롯데홀딩스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일본법 상 이사회 자격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여 롯데홀딩스의 대표권을 반납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경우 기소 시 유죄판결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표이사가 기소될 경우 해임하는 것이 관행입니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컴플라이언스 위원회의 의견과 당사 경영 방향 등에 대한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 신동빈 회장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신동빈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이사 부회장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원 롯데’를 이끄는 수장의 역할을 해온 신 회장의 사임으로, 지난 50여 년간 지속되며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해온 한일 양국 롯데의 협력관계는 불가피하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롯데는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일본 롯데 경영진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노력할 계획입니다. 감사합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