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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노조의 적은 미국GM 노조다

기사승인 2018.02.15  13: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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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운동의 타깃, 경영진에서 국제경쟁력으로 바뀌어

 

폐쇄가 결정된 한국지엠 군산공장 노조가 부평과 창원공장과 연대해 총파업을 논의하겠다고 14일 밝혔다. 공장 폐쇄에 맞서 미국 제너럴모터스(GM) 경영진을 상대로 강경투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지엠 노조가 싸워야 할 상대가 미국 GM 경영진인가. 아니다. 타깃을 잘못 정했다. 한국지엠 노조의 적은 디트로이트에 있는 미국 GM노조, 즉 UAW GM지부다.

한국지엠의 임금 수준을 보면 미국 본사가 한국공장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마찬가지로 디트로이트의 GM 노조도 한국 공장을 폐쇄를 적극 지지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 GM 노조의 입장에서는 한국공장에 지원하는 자금은 결국 미국 본사 이익을 줄이고, 미국 노동자의 임금과 복지를 빼앗긴다고 생각할 것이다.

 

▲ 한국지엠 군산공장 /한국지엠 사이트

 

20년전의 일이다. 1998년 여름, 미국 최대자동차회사 GM의 노조가 장장 54일간의 파업을 벌였다. 미국 노조 역사상 유례가 없는 사건이었다.

그때 미국 자동차노련(UAW: United Automobile Workers) GM 지부가 얻은 것은 미시건주 플린트라는 도시에 있는 두개 압연공장 근로자의 직업안정 자금 1억8,000만 달러였다. 미국에서는 파업에 가담한 근로자에 대해 회사가 임금을 주지 않는다. ‘무노동 무임금(No Work, No Pay)‘의 원칙이 철저히 지켜진다. GM 노조원들은 파업으로 인해 10억 달러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 잃은 것이 얻은 것의 5배가 넘는, 비싼 대가를 치른 파업이었다. 파업이 끝나자 버클리대의 할리 셰이큰 교수는 "회사가 졌다. 그러나 노조가 이긴 것은 아니다"라고 단정지었다.

GM 파업의 가장 큰 손실은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회사와 노조가 동시에 낙오하게 됐다는 점이다. GM은 경쟁사에 비해 아웃소싱이 어렵게 됐고, 노조로서도 공장폐쇄를 허용했기 때문에 더 많은 노조원의 해고를 인정한 셈이다. 그후 GM에서 노조 파업 뉴스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중요한 사실은 1998년 대규모 파업 이후 빅3의 어느 노조도 협상을 하면서 파업을 준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파업을 할 경우 노사 모두가 공멸한다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노련(UAW)는 전통적으로 강성노조였다. 잘 나가던 1980년대엔 노조원 수가 140만명에 이르렀지만, 20년 후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완성차 회사들이 많은 일거리를 아웃소싱하고, 노조 없는 회사로부터 부품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UAW는 밖으로는 외국 회사, 안으로는 노조원 감소라는 이중의 위협을 받고 있다.

 

▲ 미국 빅3 시장점유율 추이 /그래픽=김현민

 

미국 자동차업계에 파업은 약화되었지만, 그동안 강성 노조가 회사로부터 보장받은 각종 복지혜택으로 빅3의 경쟁력은 무너져갔다.

미국 자동차 산업은 아시아와 유럽 자동차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 내수 시장을 빼앗겼다. 1980년대 75%였던 빅3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지금은 40~50%대로 급락했다. 일본 토요타의 미국 현지공장엔 노조가 없고, 빅3에 비해 복지 혜택이 적다. 미국의 빅3는 이 비용을 줄이지 않고는 당연히 토요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미국에 금융위기가 불어닥쳤다. ‘대마불사(大馬不死)’의 경제 관례가 무너졌다. GM을 비롯해 빅3가 모두 부도의 위기에 빠졌다. 당시 릭 왜고너 GM 회장은 “정부의 지원 없이는 한해를 버티기 어렵다”고 고백해 충격을 줬다.

미국 정치인들도 도덕적 해이에 빠지기는 마찬가지였다. 빅3를 파산시켜야 마땅하지만, 미국 민주당은 250억달러 규모의 빅3 구제금융 법안을 제출했다. 공화당은 구제금융에 반대했다. 당시 존 카일 상원 금융위원회 공화당 간사는 “빅3는 혁신을 모르는 공룡”이라며 “250억달러 지원은 심판의 날을 6개월 연장해줄 뿐 어떠한 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며 성토하기도 했다.

미국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빅3 중 1~2개를 파산시켜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하자”며, “파산은 고통스럽지만 군살을 빼고 복지병을 치유할 절호의 기회”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데이비드 예맥 뉴욕대 교수는 ‘정부가 250억달러를 빅3에 지출해 경쟁력이 없는 근로자의 일자리를 보존해주는 것보다 차라리 근로자 1인당 1만달러를 주는 것이 낫다“고 비꼬았다.

파산직전의 미국 자동차 업계가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받으면서 노조의 동의를 얻어 채택한 것이 이중임금제였다. 이중임금제는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은 그대로 유지하되, 새로 채용한 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채용하는 제도다. 이렇게 하면 노동비용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전체적인 노동비용이 낮아졌다. 2007년 시간당 78달러였던 미국 자동차 기업들의 노동비용이 2015년 시간당 54달러 까지 낮아졌다.

미국 자동차 빅3가 집중된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시는 인구감소, 세수 부족 등으로 2013년 마침내 파산을 선언한다. 경제용어가 된 ‘디트로이트의 비극’(Tragedy of Detroit)이다.

 

산업 혁명 이래 노동과 자본은 대립과 투쟁의 역사를 반복해왔다. 이른바 계급투쟁 이론이고, 그 논리가 산업화 초기 단계에 오랜 역사를 지배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세기 후반기 거대한 국제금융자본이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만들면서 노동과 자본의 관계를 재정립시키고, 노동시장의 변화를 요구했다.

노동시장의 탄력성이 보장된 나라는 경쟁력을 확보해, 국제시장의 주도권을 쥔데 비해 그렇지 못한 나라는 낙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1980년대 일본과 독일에 밀려났던 미국경제가 1990년대 들어 장기호황을 구가하고, 세계 경제를 리드한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들의 대대적인 다운사이징(인력 감축) 때문이다. 1990년대초 IBM은 전체 직원의 35%인 2만2,000명, GM은 9만9,000명(29%), 보잉은 6만명(35%), AT&T는 12만명(30%)을 잘라냈다. 구석구석에서 군살을 뺀 미국 기업들은 일본과 본격적인 경쟁을 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시대의 자본은 생산성 있는 노동시장에 유입되고, 노동구조가 경직된 시장에서는 발을 빼려고 한다. 1980년대 한국의 격렬한 노동운동은 선진국 자본이 철수하는데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 노조의 강경 투쟁은 국제자본의 유입을 막고 근로자의 일자리를 줄이는 역효과를 낳았다.

 

한국지엠의 임금수준은 2017년에 2002년의 2.5배까지 뛰었고, 총 인건비(2015년 기준)는 2010년과 비교해 50% 이상 늘었다고 한다. 2013년 이후 2016년까지 성과급은 해마다 1,000만원 이상 지급됐고, 기본급 인상률은 3.3~5% 범위에서 유지됐다.

지난해 임금협상도 기본급 5만원 인상, 성과급 1,050만원 수준에서 타결됐다. 2009년 이후 작년까지 2년 단위로 파업이 반복됐다.

댄 암만 GM 사장이 최근 "GM의 한국 내 장기 잔류 여부는 한국 정부가 기꺼이 자금이나 다른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지, 한국 노조가 노동 비용 절감에 동의해줄지에 달려있다"고 말한 것은 한국지엠의 고비용 구조를 지적한 말이다.

결국, 한국 지엠사태는 노동생산성 문제로 귀착된다. GM은 글로벌 자본이다. 한국에 투자해 손해를 보게 되면 노동생산성이 높은 나라로 공장을 이전할 수밖에 없다.

한국 지엠 노조가 싸워야 할 상대는 GM 본사의 경영진이 아니라 GM 노조다. GM은 도널드 트럼프의 정책에 호응해 미국 공장을 폐쇄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해외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 공장을 폐쇄해 미국 노동자들에게 그 이익을 보전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 직후에 상하원 의원들에게 한 말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GM이 벌써 디트로이트로 돌아오게 됐다. 정말 중대한 발표"라며 한국 지엠 소식을 거론하며 “그들이 한국에서 디트로이트로 돌아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GM이 한국 공장을 철수해 미국으로 가져갈 것인지는 GM이 결정할 일이다. 다만 트럼프의 말인즉, GM이 한국 공장을 폐쇄하면 그 이익이 미국 노동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오죽 했으면 더불어민주당 내 노동전문가로 꼽히는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미국 GM이 군산공장뿐만 아니라 한국지엠 전부를 철수할 수도 있다”며 “한국지엠 노조는 회사가 파국으로 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을까.

 

▲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성명서 /노조 사이트

김인영 기자 inkim@opinionnews.co.kr

<저작권자 © 오피니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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