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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성공한다”는 일본 제품의 역설

기사승인 2018.02.14  13: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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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형화, 경량화, 간소화 통해 성공…빨래판, 책상, 보험등

 

영국의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Ernst Friedrich Schumacher)가 1973년 경제비평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출간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슈마허는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향하는 인간의 욕망을 절제하고, 인간이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방법으로 ‘작은 것’을 강조한다.

일본 사람들이 그 실천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들은 절제된 생활에 검약을 신조로 삼고 있다, 그같은 일본인의 생활방식이 낳은 결과는 제품의 소형화다. 굳이 슈마허를 거론하지 않아도 일본인은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을 사랑한다. 집도 크지 않고, 자동차도 크지 않다. 경제력은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삶의 형태는 작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코트라 후쿠오카 무역관은 재미있는 보고서를 냈다. 일본에서 빨래판도 작게 만드니 잘 팔리더라는 내용이다. 1950년대 ▲자국민의 체격과 서양에 비해 좁은 도로 사정에 맞는 자동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경차(軽自) ▲음악을 휴대한다는 새로운 개념을 만든 SONY의 워크맨 ▲서양에서 들여온 긴 우산을 휴대하기 간편한 접이식 우산으로 만들어 전세계에 역수출한 사례 등은 일본기업이 소형화, 경량화, 간소화에 매우 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후쿠오카 무역관은 최근 일본 경제에서 소형화, 경량화, 간소화에 성공한 사례 몇가지를 소개했다.

 

▲ (좌) 일본에서 판매되는 일반적인 학습용 책상, (우) ACTUS의 학습용 책상 /후쿠오카 무역관

 

① Actus의 ‘작은 책상 시리즈’

일본 내 65개 점포를 운영하는 ‘ACTUS’(1972년 설립, 매출액 155억엔)는 유럽풍 디자인의 가구를 주로 판매하는 인테리어 숍으로, 최근 자사가 개발한 학습용 책상모델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기존 시중에 판매되는 학습용 책상은 폭이 70cm 정도인데 비해, ACTUS의 ‘작은 책상 시리즈’는 폭을 52cm 안팎으로 줄였으며, 선반 등을 최소화해서 거실에도 비치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제작되었다.

최근 일본에서는 자녀의 학습공간을 거실에 두는 ‘거실 학습’(リビング学習)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어, ACTUS의 제품은 이러한 추세와 맞물려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거실 학습의 장점은 부모가 자녀의 학습이해도를 파악하기 쉽고 자녀 입장에서는 적정한 긴장감과 안정감 속에 학습에 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거실 학습을 하는 자녀가 학업 성취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발표된 바 있다.

작은 책상 시리즈는 2017년 말까지 누계 20억3,000만엔(약 203억 원)의 매출을 기록, ACTUS 주력제품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 제품의 또 다른 성공요인 중 하나는 타 제품대비 높은 가격대 설정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ACTUS의 제품은 9만~10만 엔 대로 일반적인 학습용 책상대비 50~100% 정도 비싸다. 일본에서 학습용 책상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 손녀의 초등학교 입학선물로 구매하는 대표적인 품목으로,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민감도가 비교적 낮다. 따라서 이런한 트렌트를 반영한 높은 가격대 설정이 매출 증대에 기여한 사례다.

 

▲ 토사류(土佐龍)의 소형 빨래판 /후쿠오카 무역관

 

② 소형 빨래판

일본 시코쿠(四国)에 위치한 중소기업 ‘토사류’(土佐龍, 1970년 창업, 종업원 32명)가 제작, 판매하는 소형 빨래판은 ‘18년 1월까지 약 3만5,000개가 팔려 이 기업의 핵심적인 수익창출 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일반적인 빨래판 대비 반 정도의 크기로 세면대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방과 후 활동이나 과외학습으로 축구, 야구 등 야외운동을 하는 청소년이 많은데, 운동하는 자녀를 둔 주부가 이 제품의 핵심 구매층이다. 운동복, 양말 등의 찌든 때는 세탁기로 제거가 어렵고 기존의 빨래판으로는 세탁에 따른 체력소모가 크다.

또 이 제품은 기존 제품과 달리 홈이 곡선 모양을 파여 있어, 물과 세제가 깔끔하게 흘러내릴 수 있어 세척효과 역시 탁월하다.

토사류는 자사제품에 고급 목재인 벚나무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재료의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빨래판 외에도 도마나 식기나 마사지 기구, 애완동물용 장난감 등 파생상품도 함께 제조 판매하고 있으며, 이들 제품도 호응을 얻고 있다.

토사류의 이케(池) 사장은 “목재는 제품 제조과정에서 약 40%가 폐기 돼버린다. 요리사가 요리 재료를 함부로 버리지 않듯이, 우리들도 목재를 가급적 버리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나는 (스스로를) 나무의 요리사라고 칭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케 사장의 경영이념 하에 토사류는 빨래판 이외에도 400여 종의 목제 제품을 개발·판매하고 있다.

 

▲ Warrantee Now 보험가입 절차 /후쿠오카 무역관

 

③ 보험의 간소화 실현, ‘가전제품용 보험’ 인기

오사카에 본사를 둔 벤처기업 (주)Warantee는 지난해 10월 가전제품을 부보 대상으로 하는 보험상품인 ‘Warrantee Now’를 내놓았다.

Warrantee Now는 스마트폰을 통해 필요한 제품에 필요한 기간만큼 부보할 수 있는 보험으로, 최소 1일 단위로 보험 가입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24시간 언제나 가입 및 해약을 할 수 있다.

TV, 세탁기 등의 생활가전은 1일 최소 19엔(약 200원), 카메라, 비디오 등 디지털 가전은 1일 최소 39엔(약 400원)의 낮은 가격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가입 기간 중에 해당 제품에 고장 발생 시 무상으로 수리해 준다. 가령 고가의 카메라에 대해 카메라를 쓰는 여행기간 중에만 보험에 가입한다든지, 다른 사람에게 단기간 가전제품을 빌려줄 때 해당기간만 보험에 가입하는 일이 가능하다. 가입절차도 매우 간편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약 10초면 가입신청 절차가 완료된다.

Warrantee Now는 최근 일본에서 민박업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함에 따라 일본은 오는 6월부터 ‘주택숙박사업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일반 주거용 주택에서도 일정 요건을 갖출 경우 숙박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민박업자의 큰 고민 중 하나는 외국인관광객의 오작동으로 인해 비치되어 있는 가전제품이 고장을 일으키는 일이다. Warrantee는 가전제품의 일반적인 보증과 달리 오작동으로 인한 고장에도 대응하며, 필요한 기간 동안에 최소한의 비용을 보험에 부보할 수 있다.

Warrantee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최근 민박업자로부터의 가입문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내 대형 보험사가 잇따라 Warrantee Now에 출자하는 등 가전용 간편 보험 서비스는 향후 시장규모 확대가 기대되는 분야다.

도쿄해상니치도(東京海上日動)화재보험(매출액 3조 엔), 미쯔이스미토모(三井住友)해상화재보험(매출액 1조8,000만 엔), 아이오이닛세이(매출액 1조2,000만 엔) 등이 Warrantee와 손을 잡고 보험상품을 공동개발, 운영 중이다. Warrantee에 의하면, 2018년에 10만 명, 2020년까지 약 100만 명이 Warrantee Now에 가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현민 op@o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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