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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섬의 돌덩이보다 못한 암호화폐

기사승인 2018.02.10  14: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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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화폐는 사회적 신용 얻지 못해…투기 수단으로 인정돼 등락

 

비트코인을 비롯해 암호통화의 유용성을 놓고 말들이 많다. 암호통화가 지난해말 하늘 높은줄 모르게 치솟았다가 올들어 폭락장세를 맞으면서 이 논란은 더 커져가고 있다.

그런데 그 논란의 핵심에는 ‘신용’(credibility)이 자리잡고 있다. 화폐는 신용을 근거로 한다. 사회적으로 화폐로서 믿어주지 않으면, 종이조각일 뿐이고, 금속덩어리, 심지어 돌덩어리에 불과하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다. 화폐로서의 신용이 없고, 주술적 투기성만 고양되었기 때문에 투기의 바람이 걷히면서 폭락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해 수많은 암호통화는 태평양의 앱(Yap) 섬의 돌덩이보다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기로서의 가치로만 인식되었지, 화폐로서의 신용은 조금도 없었기 때문이다.

 

▲ 앱섬 위치 /구글지도

 

태평양상에 앱 섬이라고 있다. 정확히는 앱 군도(Yap Islands)다. 세계적인 화폐학자인 밀튼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이 저서 「화폐경제학」(money mischief)에서 앱 섬의 돌 화폐를 소개했다.

앱 섬은 마이크로네시아 캐롤라인 열도에 있는 섬으로, 1899~1919년 기간에 독일의 식민지였다. 당시 인구는 5천~6천명. 1903년에 윌리엄 헨리 퍼니스 3세(William Henry Furness III)라는 미국 인류학자가 그 섬에서 여러달 살면서 그 섬의 돌화폐에 관한 흥미로운 스토리를 연구했다.

앱 섬 사람들은 400마일 떨어진 섬에서 석회석을 다듬어 화폐로 사용했다. 중앙에 구멍을 내 바퀴모양으로 만들었는데, 큰 것은 지름이 3.6m에 12톤이나 되었다. 교환단위는 페이(fei)라 불렀는데, 돌의 크기에 따라 화폐가치가 올라갔다. 돌을 가공하고 운반하는데 많은 노동이 들어갔기 때문에 이 섬에선 화폐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원주민들은 가공한 돌 화폐를 카누나 뗏목에 싣고 와 집에 소장했다. 무거워서 운반하기 어려운 돌은 가공한 곳에 그대로 두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돌의 주인이 자기 것이라는 표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거래를 할 경우 돌의 주인이 바뀌는데 새 주인은 돌에다 어떤 표시도 하지 않았다.

 

▲ 앱섬 주민들이 돌화폐를 뗏목으로 운반하는 그림(1880년 작품) /위키피디아

 

프리드먼은 이 돌화폐와 관련한 흥미로운 사례 두 가지를 소개했다.

① 어느 부자가 거래를 하고 크고 값진 돌화폐의 주인이 되었는데, 뗏목으로 그 돌을 운반하던 중에 폭풍우를 만났다. 운반자들은 살기 위해 돌을 바다에 빠뜨릴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그 돌을 빠뜨린 것은 주인의 잘못이 아니고,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증언했다. 정당한 이유가 소명되자, 주민들은 바다에 빠진 돌의 가치를 인정했다. 그후 바닷속 돌화폐는 주인의 집에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지며 구매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② 식민통치자 독일정부가 추장들에게 도로를 보수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추장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이에 독일 정부는 추장들에게 벌금형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독일 당국이 고안한 방법은 추장집에 보관하던 돌화폐에 검은 십자 표시를 하고 식민당국의 소유임을 확인케 한 것이다. 그러자 요술같이 효과가 나타났다. 가난해진 주민들이 섬의 도로보수작업에 나섰다. 도로는 완성되었다. 식민당국은 그 보답으로 돌화폐의 십자 표시를 지워주었다. 그러자 또다시 요술처럼 원주민들은 자신의 부를 확인하며 행복해 하더라는 것이다. 그 때 만든 도로는 지금 이 섬의 주요도로로 활용되고 있다.

 

▲ 주요 축제행사에서 돌화폐를 운반하는 모습 /위키피디아

 

문명인들은 앱 섬 원주민들을 비웃을 것이다. 돌 덩어리가 무슨 화폐냐고…. 하지만 현대인들도 앱 섬의 돌덩어리와 비슷하게 화폐운용을 하고 있다.

맨해튼 월스트리트 근처에 있는 뉴욕 연방준비은행(Fed) 지하창고에 금덩어리가 보관되어 있다. 영화 ‘다이하드3’를 보면 악당들이 이 지하창고에 금괴를 훔치는 장면이 나온다.

각국 정부는 전쟁, 내란등의 사태를 대비해 금을 준비해둔다. 왕실이나 정부가 전란으로 피난을 갈 때 금을 옮기는 일이 어느 전투보다 중요하다. 러시아 혁명후 황제의 금괴가 볼셰비키의 대항하는 백군에 넘겨져 이송하던 중에 바이칼호에 수장된 것은 유명한 일이다.

1차 대전이후 유럽의 많은 금괴가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연준 창고에 보관되었다. 유럽에선 여러차례 세계 대전이 벌어졌지만, 미국 땅에선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한 도피처로 평가된 것이다.

프리드먼은 뉴욕연준 지하창고의 금괴가 앱 섬의 돌화폐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공황기인 1932~33년 프랑스가 미국 달러를 불신해 달러를 팔아 금으로 바꾸고, 뉴욕연준 지하창고에 맡겨두었다. 이 때 거래는 뉴욕연준 지하창고의 미국실에 있던 금덩어리가 프랑스실로 몇 칸 위치이동한 것 뿐이다. 지하창고에서의 금덩어리 위치이동만으로 세계 외환시장에서 큰 폭풍이 일어났다. 달러가치가 폭락하고 미국의 금융공황은 심화되었다.

앱 섬에서 돌덩어리의 소유권이 이동하는 것이나, 뉴욕연준 지하창고에서 금덩어리가 위치 이동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게 프리드먼의 논리다. 석회암을 갈아 만든 돌 덩어리에 부의 가치를 부여하는 앱 섬 원주민의 사고방식이나, 광석을 제련해 만든 금 덩어리에 부의 가치를 표현하는 현대국가에 똑같은 원리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 원리는 바로 신용이다. 돌 덩어리나 금 덩어리에 부와 교환가치를 부여하는 공유된 신념이 있기 때문에 교환수단으로 활용된다고 통화론자 프리드먼은 가르쳤다.

 

▲ 뉴욕 연준 지하의 금괴 보관창고 /뉴욕연준 홈페이지

 

암호화폐는 이런 신용을 확보하지 못했다.

실제 시장에서 누구도 암호화폐로 물건을 사지 않는다. 앱 섬에선 물에 빠진 돌 덩어리도 정당성만 공유된다면 교환가치를 인정받았다. 해킹으로 암호화폐가 도난당했을 때 그 정당성은 조금도 인정받지 못한다.

아파트 가격이 아무리 치솟아도 아무도 아파트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는다. 투자, 나쁘게 말하면 투기의 대상일 뿐이다. 사회적으로 아파트를 교환수단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암호통화도 그런 신용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암호통화는 사회적 신용이라는 관점에서 앱섬의 돌 덩어리보다 나은 점이 조금도 없다.

 

▲ 캐나다은행 오타와 소재 화폐박물관에 보존된 앱 섬의 돌화폐 /위키피디아
▲ 앱 군도에 방치된 돌 화폐 /위키피디아

김인영 기자 inkim@opini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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