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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만들기②…로즈 아일랜드 공화국

기사승인 2017.12.30  14: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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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드리아 해변에 만든 인공구조물…이탈리아 정부에 의해 파괴

 

1968년 유럽은 시끄러웠다. 프랑스에서 대학생과 노동자가 연대한 5월 혁명이 일어나 샤를르 드골 대통령이 위기에 처했고, 체코슬로바키아에선 소련 공산당에 저항하는 ‘프라하의 봄’ 운동이 벌어졌다. 이데올로기에 저항하고 국가주의에 반대하는 자유주의 물결이 넘쳤다.

그때 이탈리아에선 엉뚱한 일이 벌어졌다.

 

▲ 조르지오 로사 /위키피디아

조르지오 로사(Giorgio Rosa)라는 볼로냐 출신의 한 엔지니어가 리미니(Rimini)라는 도시의 해안에 인공구조물을 만들었다. 해안에서 11km 떨어진 곳에 400㎡(120평 정도) 넓이에 9개의 기둥으로 버티는 인공섬이었다. 그 안에 레스토랑과 나이트클럽, 선물가게를 만들었다.

그는 해안 구조물을 설치할 장소를 찾아 몇 년을 헤매다가 마침내 리미니 해안에 적당한 장소를 발견해 1967년에 공사를 마무리하고 일반에 공개했다. 로사는 이탈리아 당국에 그 곳의 영업허가를 받기 위해 뛰어다녔지만, 저지당했다.

영업허가를 받지 못하자, 로사가 선택한 결론은 그 인공섬에 공화국으로 만들어 이탈리아에서 독립하는 것이었다.

 

1968년 6월 24일 로사는 인공섬에서 이탈리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스스로 대통령이 되었다. 이름 하여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Republic of Rose Island), 자신의 이름(Rosa)에서 따온 것이다. (rosa는 영어로 장미란 뜻의 rose다.) 별도의 국기도 만들고, 휘장에는 붉은 장미를 넣었다. 로사는 내무, 재무, 외교 장관을 임명해 내각을 구성했다.

▲ 공화국의 휘장 /위키피디아

그는 세계공용어 운동인 에스페란토(Esperanto) 지지자였기 때문에 그 섬의 공용어로 에스페란토어를 선택하고, 나라 이름도 에스페란토어로 ‘Respubliko de la Insulo de la Rozoj’로 명명했다.

우체국을 만들어 우표를 발행했다. 라디오 방송국이 있었다고 하지만 확인되지는 않는다.

별도의 통화도 두었는데, 통화단위는 ‘밀’(Mill)이었다. 이 통화로 생산된 동전이나 지폐는 없다. 왜냐하면, 이탈리아 당국이 재빨리 이 섬의 독립을 인정치 않고 점령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로즈섬의 독립에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일개 상인이 장사를 하려는 시도쯤으로 보았다.

▲ 공화국의 국기 /위키피디아

하지만 붉은 장미의 섬이 독립을 선언하자 이탈리아 국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관광객들이 밀려 들었다.

로마 당국은 독립은 인정할수 없고, 영해에서 영업을 하므로 세금을 부과했다. 로즈섬은 이탈리아 영해와 공해의 경계상에 걸쳐 있었다. 섬의 남서쪽 일부가 이탈리아 영해에 포함되어 있었다. 로사가 영해 구간을 잘못 측량해 섬을 건설했는지, 로마 당국이 억지로 영해를 연장해 주장했는지는 알수 없다. 또 이 섬은 이탈리아 석유재벌 에니(Eni)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해역 내에 있었다.

로즈섬의 독립은 오래가지 못했다. 수명은 50여일에 불과했다. 로마 당국은 영해상에서 영업을 하므로 세금조사단을 파견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로사가 독립을 빌미로 호기심을 자극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세금을 회피하려는 상술로 보았다. 로사 행정부는 저항했다. 그러자 경찰과 군대가 들이닥쳤다. 로사 대통령과 각료들은 섬에서 강체로 철수되었다.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은 이탈리아 정부에 의해 점령당했다.

로즈섬의 내각은 이탈리아 정부에 주권침해를 항의하는 전보를 보냈지만, 무시되었다. 대통령 로사는 이탈리아 정부의 로즈섬 점령을 전쟁으로 표현하고, “이탈리아가 이긴 유일한 전쟁”이라고 비난했다.

 

▲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이 위치한 인공섬 /로즈 아일랜드 리퍼블릭 홈페이지

 

그해 이탈리아 국회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 공화국 위치 /위키피디아

논쟁의 첫 번째는 로즈 섬의 레스토랑, 나이트클럽, 선물가게는 이탈리아의 소유물이며, 로사 일행이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로즈섬이 독립할 경우 NATO와 이탈리아의 안보 정책에 위협이 가해진다는 것이다. 언제라도 소비에트의 핵 잠수함이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우파들의 과장된 주장이다.

셋째, 아드리아해의 인공구조물을 독립시킬 경우 바다 건너 유고슬라비아와 알바니아등 공산권에게 넘어갈수 있다는 이유다.

 

1969년 2월 13일 이탈리아 해군은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는 인공섬을 폭파시켰고, 곧이어 닥친 강풍으로 그나마 남아있던 잔해도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은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은 마이크로네이션(micronation)으로 끝났다. 대통령 로사는 망명 정부를 선언했다. 1925년 2월 19일 볼로냐에서 태어난 조르지오 로사는 2017년 3월 2일 사망함으로써 그나마 사이버공간에서 남아있던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의 망명정부도 사라진 셈이다.

김인영 기자 inkim@opinionnews.co.kr

<저작권자 © 오피니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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