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부인들이 비트코인에 꽂힌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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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부인들이 비트코인에 꽂힌 까닭은?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12.15 13: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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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 투자에서 재미 못봐 비트코인으로 이동…저금리 엔화 대출 활용

 

와나타베 부인(Mrs. Watanabe)은 일본의 개인 투자자들을 일컫는 용어다. 일본에선 한국의 김·이·박씨처럼 와타나베가 가장 흔한 성(姓)의 하나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을 보내면서 제로 금리가 오래지속됐고, 이를 견디지 못한 일본 개인투자자들이 해외에 눈을 돌렸다. 재테크의 상당수가 일본인 주부였다. 그래서 와타나베 부인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그러다가 초단기 외환 매매에 참여하는 일본의 개인투자자로 용어의 개념이 바뀌었다.

와타나베 부인들은 오랫동안 외환시장에 참여했다. 전세계 외환거래의 50%를 이들이 주무르고 있다. 그런데 올하반기 들어 이들은 비트코인 시장에 주목했다.

 

연초 세계 비트코인 시장은 중국인들이 주도했다는 것이 시장의 정설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암호통화 거래를 중단시키면서 올 하반기엔 일본인들이 대거 비트코인 시장에 뛰어들어 가격 폭등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보고서를 통해 “외환거래를 하던 일본 개인 투자가들이 암호화폐 투자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들어 일본인 개인투자자들은 외환시장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 나서던 중 그들은 디지털 통화로 몰려들었다. 니케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 11~12월 전세계 암호통화 거래량의 40%가 엔화 표시 거래였다. 암호통화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일본 이름을 차용했다는 것도 와타나베 부인들의 친근감을 더했다는 얘기도 있다. 30~40대 일본인들이 주류를 이룬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의 은퇴자들이 와타나베 부인의 투자에 합세했다는 뉴스도 있다. 로이터 통신은 한국 은퇴자들을 포함해 아시아에서 비트코인 거래가 활발하다는 기사를 냈다.

 

투자 방식은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다. 일본 중앙은행이 수십년동안 제로금리를 유지하기 때문에 은행에 돈을 예치해놓아도 이자가 없다. 대출 이자도 싸다. 일본 투자자들은 은행에서 엔화를 빌려 해외 투자를 한다. 엔캐리 트레이드가 어디로 움직이는지에 따라 세계금융시장이 출렁거린다.

 

▲ 한국은행 '경제교육' 참조해 다시 그린 그림 /김송현 기자

 

와타나베 부인들은 해외 곳곳에 투자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 스위스 프랑화등에 투자한다.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물건은 미국 채권이다. 전세계 모든 나라가 무너져도 미국만은 망하지 않는다는 특유의 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그들이 지난해 해외 투자에서 돌아와 국내 투자를 했다. 지난해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 것은 그들의 본국 회귀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중국 경제가 불안하고, 국제유가 급락으로 자원보유 신흥국 경제가 크게 흔들리자, 와타나베 부인들은 해외에서 발을 빼서 자국으로 돌아오려는 귀국(repatriate) 심리가 작용했다. 그러다가 이제 다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일본인들은 집단적 성향이 강한 민족이다. 투자에서도 그렇다. 어디가 수익이 난다면 짧은 시간에 집단으로 몰려가고, 나올때도 비슷하게 움직인다. 지난해 그들은 미국 국채시장에서 손을 떼고 일시에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그들이 산 것은 일본국채였다.

하지만 와타나베 부인들의 투자는 때로 서방 투자자들과 거꾸로 가기도 한다. 미국과 유럽의 투자자들은 매도 포지션(short position)으로 가는데, 와타나베 부인은 매수 포지션(long position)을 견지할 때도 있다.

와타나베 부인들의 집단적 투자는 때로 손해를 본다. 2015년 1월 스위스 중앙은행이 유로존 금융위기에 대비해 도입했던 최저환율제를 전격 폐지하면서 스위스 프랑화가 30%나 치솟았다. 그 바람에 일본 개미투자자들이 고배를 마셨다. 또 같은해 8월 남아공 랜드화가 폭락하면서 엔/달러 환율이 2분만에 3엔 가량 떨어지는 급변동으로 눈물을 쏟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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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민 2017-12-18 15:19:38
와타나베 부인들 그들이 몰려가고 글로벌 금융이 변동? 중국 투자자들의 변화? 한국 은퇴자들의 비트코인에 들다? 그들의 노림수 만큼 목적이 달성될지 궁금하다. 경제는 살아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 모든 변인변수를 고려해도 등락폭을 예측하기 어렵다는데..글쎄.....이번은 엔케리트레이드가 일본회생이며 또한 세계 기류 변화이며 비트코인의 득세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