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베 37년 독재 종식 촉발한 젊은 부인의 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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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베 37년 독재 종식 촉발한 젊은 부인의 사치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11.1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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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에 쿠데타 발생…40년 연하 그레이스에 화살 집중

 

‘구치 무가베’(Gucci Grace).

37년째 장기집권하다가 군부 쿠데타에 의해 쫓겨날 처지에 있는 아프리카 남부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93, Robert Mugabe) 대통령의 41세 연하 부인 그레이스(52. Grace Mugabe)의 별명이다. 쇼핑광이며 돈을 펑펑 써댄다는 의미에서 지어졌다고 한다.

15일(현지시간) 발생한 쿠데타는 무가베의 장기집권을 중단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아프리카 전문가들은 무가베가 부인 그레이스에게 권력을 넘겨주려 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발단은 무가베 대통령이 지난 6일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히던 에머슨 음난가그와(Emmerson Mnangagwa, 75) 전 부통령을 전격적으로 경질한 것. 이는 무가베 대통령이 부인 그레이스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는 포석으로 해석됐다. 음난가그와는 경질된 후 곧바로 해외로 도피하고, 성명을 통해 나중에 짐바브웨로 돌아와 무가베 대통령과 맞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쿠데타의 주도자는 그의 친구인 콘스탄티노 치웬가(Constantino Chiwenga) 장군이다.

 

▲ 짐바브웨의 뭅가베 대통령의 부인 그레이스 /위키피디아

 

서방 언론들에 따르면 무가베 대통령의 부인 그레이스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1983년에 공군 조종사 출신인 스탠리 고레라자와 결혼을 했고, 그와의 사이에 두 자녀가 있다. 첫남편이 중국주재 대사관 무관으로 발령났을 때 그레이스는 대통령궁 비서로 취직했고, 그때 무가베 대통령의 연인이 되었다. 그레이스는 남편 고레라자와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가베와 사이에 두 자녀를 낳았다.

그레이스는 무가베의 전 부인이 죽자 전남편과 이혼하고 1996년 무가베와 재혼했다.

그레이스의 사치는 국제적으로 유명하다. 서방의 언론들은 그녀의 뒤를 쫓아 소비행태를 보도하곤 했다.

영국 데일리 텔리그래프지는 2003년 그레이스의 파리여행을 보도하면서 “국내에서 방탕하기로 악명 높다”고 지적했다. 그 여행에서 쓴 돈이 무려 7만5,000 파운드(12만 달러), 우리돈으로 1억3,000만원이 넘는다. 2004년까지 짐바브웨 중앙은행에서 5백만 파운드 이상을 인출했다는 보도도 있다.

2010년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외교문서에 따르면 짐바브웨에서 채취한 다이어먼드를 팔아 수백만 달러를 개인 호주머니에 넣었다고 한다. 그레이스는 수도 하라레에 호화 궁전을 지어 살다가 리비아의 국가수반이었던 가다피에게 팔고, 2007년에 2,600만 달러를 들여 새 궁궐을 새로 건축하기도 했다.

그레이스는 남편이 실각할 경우의 사태를 대비해 말레이시아와 홍콩에 거액의 부동산을 확보해놓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2002년 7월 유럽연합(EU)은 무가베와 부인 그레이스에 대해 자국에 입국하거나 예치한 재산을 동결하는 내용의 경제 제제 조치를 취했고, 미국도 이에 따랐다.

 

▲ 무가베 대통령 /위키피디아

그레이스는 돈에 이어 정치에도 욕심을 냈다. 2014년 그는 집권당인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의 여성위원장을 맡았고, 그해 부통령이던 조이스 무주루(oice Mujuru)를 내쫓는데 앞장섰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무가베가 늙고 힘이 없어지면서 부인 그레이스가 무가베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휘둘렀다”고 지적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독립투사 출신으로, 짐바브웨가 영국 식민통치에서 독립한 1980년 56세에 초대 총리 자리에 오른 이후 37년째 집권하고 있다.

 

쿠데타군은 무가베 대통령과 가족은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으며, 건강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 부부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번 쿠데타는 집권 세력 내부의 궁정 반란의 성격이 강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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