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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와의 전쟁⑥] 유대인 뜨고, 아랍계 지다

기사승인 2017.10.13  10: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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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생자의 10%가 유대인…곤혹스러운 아랍계 자금, 회수 움직임

 

미국이 테러 공격을 당한후 뉴욕의 유대인 커뮤니티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세계무역센터 붕괴로 많은 유대인들이 숨졌기 때문이다. 사망 확인자 가운데 10% 정도가 유대교 장례를 희망했다는 통계를 감안하면, 3,000명에 이르는 사망추정자 가운데 300명 이상이 유대인으로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뉴욕은 이스라엘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대인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미국 인구 2억8,000만명중 유대인은 2.2%에 해당하는 600만명으로 소수민족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스라엘 인구가 6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미국은 유대인들의 제2의 조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에 살던 많은 유대인이 2차 대전때 독일 나치의 대량 학살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왔고, 그들은 뉴욕과 뉴저지주에 200만명이 집단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그들은 뉴욕 금융가에 많이 진출해 있고, 그중 상당수가 세계무역센터에 근무하고 있었다.

유태교 윤리를 규정한 탈무드에 따르면 남편이 실종됐을 경우, 랍비 법정에서 사망을 선고해야 미망인이 재혼할수 있다. 따라서 뉴욕 인근에 산재해 있는 유태교 종파 지도자들은 테러가 발생하자 범종파적 모임을 갖고 실종과 사망에 관한 정보를 상호 교환하되, 사망 판단은 각 종파의 기준과 의식에 따르기로 했다. 정통파는 탈무드 원리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진보적 종파는 자유로운 재혼을 존중하고 있다. 유태교 단체들은 세계무역센터 주인인 뉴욕-뉴저지 항만청에 사망자의 단서를 요청하는 한편, 그 단서가 수집되면 DNA 조사를 통해서라도 신원을 확인했다.

9·11 테러와 보복 전쟁의 중심에는 유태인과 아랍국가의 오랜 적대적 관계가 자리잡고 있었다. 알카에다 테러조직의 총수인 오사마 빈 라덴은 미국 공습후 비디오 테이프에서 이스라엘이 무고한 팔레스타인인을 학살하고 있고,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슬람 세력의 성전(지하드)을 촉구했다.

유대인은 미국에서 소수민족에 불과하지만 미국 사회의 주요포스트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며, 진출해 있다. 국방부엔 월 포비츠 차관, 더글러스 페이스 차관, 리처드 펄 차관보가 유대인이고, 정계에는 조지프 리버만, 척 슈머, 존 코자인 상원의원등이 그렇다.

경제계엔 그 비율이 더 높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시티그룹의 샌포드 웨일과 로버트 루빈 회장, 메릴린치의 데이비드 코만스키 회장, 퀀텀 펀드의 조지 소로스 회장이 유대계이고, 골드만 삭스, 리먼브러더스, 살로먼스미스바니등 월가를 움직이는 굴지 투자은행들은 유대인들이 창업한 회사다. 미국 400대 부자의 23%, 50대 부자의 36%가 유태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등 유력 언론은 유대 가문의 소유이고, 하버드대 로렌스 서머스 총장, 경제학자 폴 사뮤엘슨도 유대민족의 일원이다.

영화감독 스트븐 스필버그는 자신의 동족이 독일에서 학살됐던 역사를 영화로 만들었고, 헐리웃은 유대인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2002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앞서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인 존 내쉬 교수가 반유태주의자라는 소문을 경쟁사가 흘렸다는 내용은 헐리웃이 유태인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지난해 9월 테러 이후 미국 정계와 경제계에 유대인이 뜨고 아랍과 인도 및 파키스탄계가 지는 현상이 빚어졌다. 미국은 다민족 국가이지만, 앵글로 색슨족 계열의 백인(WASP)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나라다. 그러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 대한 전쟁이 진행되면서 유대계들은 미국의 재건을 위해 앞장서 뛰는 반면 중동계 또는 인도계 출신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슬그머니 물러났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테러후 뉴욕 재건의 영웅으로 칭송받는 루돌프 줄리아니에 이어 뉴욕 시장에 당선된 경제통신사 오너 경영인 출신의 마이클 블룸버그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재무장관을 맡았던 로버트 루빈 시티그룹 회장은 뉴욕과 워싱턴을 오가며 테러후 부시 행정부의 긴급 경제대책 골격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부시 행정부가 루빈 전 장관을 워싱턴에 불러 협조를 구한 것은 민주당을 의식한 조치이기도 했지만, 뉴욕 월가의 유대 그룹의 지지를 받기 위한 조처라는 해석도 있다.

아랍계와 인도ㆍ파키스탄계 경제인들은 겉으로는 시장 원리에 따라 자유롭게 활동했지만, 미국인들의 보이지 않는 경계감의 대상이 됐다. 미국 2위 자동차 회사인 포드자동차의 자크 내서 사장은 테러 이후 오너인 포드 가문에 의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주주인 포드 가문은 경영 악화를 명분으로 들었고, 미국 언론들도 내서 사장의 퇴진에 대해 인종적 문제를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내서(아랍식 발음으로 나세르)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부모가 레바논이었다는 사실에서 그의 경질에 무언가 의문이 생긴다. 경제전문잡지인 포천지에 따르면 내서 사장 축출이후 포드 가문의 선두주자인 윌리엄 포드가 회장겸 CEO를 차지하는 과정에서 포드자동차의 이사로 등재돼 있는 시티그룹의 루빈 회장의 도움을 얻었다고 한다.

 

▲ 유대교 종교시설인 뉴욕 맨해튼의 중앙시나고그 /위키피디아

 

2002년 4월 팔레스타인의 자살특공대가 폭탄을 안고 이스라엘로 뛰어들고, 이스라엘 군이 팔레스타인을 보복공격을 단행, 중동사태가 악화되고 있을 때 콜린 파월 미 국무 장관이 중동 문제 해결을 위해 카사블랑카에 도착했다. 그때 모로코 국왕은 “예루살렘에 먼저 갈 것이지, 여기는 왜 왔습니까”라고 핀잔을 주었다. 모로코 국왕의 말에는 깊은 의미가 숨어있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압력을 넣어 팔레스타인에서 철수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더 깊은 이면에는 미국이 국내 유태인들의 로비에 의해 이스라엘을 강력하게 지원하고, 이슬람 세력 전체를 적대시하고 있다는 중동지역의 불신이 깔려 있다.

미국의 중동정책이 유태인과 밀착돼 있다는 의혹은 아랍권에서는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는 유럽인들 마음속에 은연중에 숨어 있는 논리다. 그러면 여기서 미국의 대외정책이 유태인에 의해 좌우되는가 하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문제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특정 민족의 로비에 의해 움직이는가 하는 점이다. 유태인 단체인 전미 이스라엘 공공문제 협회(AIPAC)가 대단히 강력한 로비 단체임은 워싱턴 정가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은 유럽보다 이스라엘에 가까운 대외정책을 채택해왔던 것도 부정할수 없다. 미국은 대외군사 원조액의 3분의2에 해당하는 30억 달러를 매년 이스라엘에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동정책이 언제나 이스라엘의 이익을 위해 이뤄졌다는 주장은 잘못이다. 예를 들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미국내 유태인의 반대를 물리치고, 사우디 아라비아에 조기경보기(AWACS)를 판매했고, 현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유태인 정착촌을 만드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당시 제임스 베이커 국무장관은 유태단체의 로비를 불쾌해 하면서 “에이, 유태인놈들, 우리(공화당)에게 표도 주지 않으면서...”라고 욕을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주지사 시절에 이스라엘을 방문해서 가장 좁은 국토 길이(9마일)가 텍사스 부자의 저택내 도로(드라이브웨이)보다 짧다는 사실에 놀라며, 이스라엘에 동정적이 됐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그는 중동평화의 선결 조건이 이스라엘군 철수라는 점을 인식하고, 과거의 동정에서 벗어나고 있는 듯하다. 미국의 대외정책이 특정 민족의 로비에 의해 좌우되고 있음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9·11 테러 발생직후 시티그룹의 최대주주인 알 왈리드 사우디 왕자는 세계무역센터 붕괴로 인한 희생자에게 1,000만 달러의 헌금을 하겠다고 뉴욕시에 제의했으나, 줄리아니 시장은 시민의 정서를 의식, 완곡하게 거절했다. 서포트 닷컴이라는 인터넷 회사의 CEO인 라다바수는 인도 출신으로, USA 투데이지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미국인들처럼 뜨거운 애국심을 느낀다”고 밝혔지만, 보이지 않은 인종차별이 걱정돼 회사 웹사이트에서 얼굴 사진을 지워버렸다.

뉴욕 월가에 돈을 투자돼 있는 아랍계 자금은 테러 이후 아랍인에 대한 인종편견이 심해지면서 미국을 떠나기 시작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지는 테러 이후 2002년 여름까지 사우디 아라비아의 개인투자자들이 최고 2,000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미국 시장에서 빼냈다고 보도했다. FT의 보도가 다소 과장이라고 하더라도 상당 규모의 아랍계 자본이 미국을 떠나 안전한 스위스 은행 또는 금 시장으로 옮겨간 것으로 추정됐다.

아랍계 산유국들이 기름을 팔아 번 오일달러를 해외에 투자한 규모가 1조3,000억 달러에 이르며, 이중 사우디가 7,500억 달러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뉴욕증시의 시가총액이 10조 달러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아랍계 자본이 엄청난 규모로 크다는 사실을 알수 있다.

이 돈의 상당수가 2002년 봄부터 여름까지 대량으로 미국을 탈출한 것으로 추정된다.뉴욕 증시는 지난 7월 연이은 기업회계부정 사건으로 테러 직후 저점 이하로 떨어지는등 5개월째 하락세를 지속했고, 같은 기간에 달러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국제경제연구소(IIE)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은 “사우디 자금의 이탈로 달러가 하락하고 미국 경제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사우디 자금의 미국 이탈이 올들어 뉴욕 증시와 미국 달러 하락의 주 원인이 아니다. 미국 경제가 올들어 두번의 침체를 겪는 이른바 더블딥(double dip) 과정에 빠져들 우려가 높아지고, 계속 터지는 기업 범죄 뉴스가 투자자 마인드를 위축시킨 것이 금융시장 불안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그러나 아랍계 자본이 올들어 월가 추락의 파도를 타고 이탈함으로써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킨 점은 부정할수 없다.

테러후 세계 시가총액 절반의 유동성이 움직이는 뉴욕 금융시장에서 유대계와 아랍계 사이에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다. 이 대결은 앞으로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층 가열되고, 세계 석유시장에도 그 불똥이 튀었다.

김인영 기자 inkim@opini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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