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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晋商)①…청 말기에 중국판 월스트리트 형성

기사승인 2017.10.07  17: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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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시성을 근거로 중국에서 러시아, 중앙아, 조선, 일본으로 사업 확장

 

역사의 아이러니중의 하나가 상업이 발달한 중국이 사회주의를 선택하고, 상업을 천시하던 한국이 자본주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오랜 역사 속에서 장사치들이 번성했기에 이런 말이 나온 것이다.

상업은 자본주의에 앞서 발달한 업종이다. 서양에서 상거래가 활성화된 시기에 동양의 중국에서도 상업이 일어났다. 중국 명·청시기엔 상업이 꽃을 피웠다. 이 시기에 전국에 10개의 대형 상방(商幇)이 나타났는데, 그중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이 세 군데다. 진상(晋商), 휘상(徽商), 조상(潮商)이 바로 그들이다. 중국의 상업 역사를 추적하면서 우선 명·청기에 최대 상업망을 형성했던 진상(晋商, jìnshāng)을 알아본다.

 

▲ 중국 산시지방(작은 지도는 춘추전국시대) /위키피디아등 조합

 

진상(晋商)은 진(晋)나라 상인이라는 뜻으로, 중국의 대표적인 상인집단이다. 춘추전국시대에 진(晉)나라 영토였던 오늘날의 산시(山西)성을 본거지로 하기 때문에 진상 또는 산서상인으로 불리게 되었다.

중국 북동부엔 북에서 남으로 타이항(太行)산맥이 흐르고, 산맥의 동쪽이 산둥(山東), 그 서쪽이 산시(山西)지역이다. 중국 고대 중원(中原)의 개념은 이 산맥 서쪽과 서부 고원지대의 사이를 말한다. 산서 지역은 중원의 일부이지만, 지정학적 위치로는 흉노, 몽골등의 북방 유목민족과의 경계지역이었다. 늘상 북쪽 오랭캐와 전쟁이 벌어졌고, 북쪽에 위치해 겨울이 빨리 오고, 농사가 척박한 땅이었다.

하지만 이 곳은 고대 이래로 소금이 풍부했고, 철광등 광물 자원이 많았다. 국가 경영에 필수품목인 염철(鹽鐵)의 고장이었다.

이런 지리적 악조건이 중국에서 가장 먼저 상인집단을 출현케 했다. 상업을 하지 않으면 살수 없는 고장이라는 절박감이 주변 지역의 물자를 중매하는 장삿꾼들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산서 상인들은 이재(理財)에 능했지만, 관직에 나가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았다. 중국의 또다른 상단인 휘상들은 청 건륭에서 가경제에 이르기까지 70년간 265명이 과거를 통해 관직에 나갔지만, 진상 자제 중 관직에 나간 경우는 22명에 불과했다. 진상들은 관리들과 가까워 지려고는 했지만, 휘상에 비해 관리가 되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산서지역은 법가의 전통이 강했다. 춘추전국 시대에 법가사상의 토대를 이룬 신도(愼到), 상앙(商), 신불해(申不害), 한비자(韓非子) 등이 진(晉)에서 갈라져 나간 한(韓)·위(魏)·조(趙) 출신이다. 법가의 사상은 이념과 예절보다는 현실과 중용(中庸)을 중시했고, 이런 전통이 진상의 사고에 스며들었다.

진상은 남다른 지혜와 재능을 발휘했다. 그들은 지역적 연고와 동향 관계를 끈으로 해서 상방(商幇)을 조직했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관대함, 같은 것을 추구하고 다름을 남겨두는 구존동이(求同存異)의 정신, 근면함을 생활신조로 삼는 자강불식(自强不息), 협동정신, 진취적 개척정신을 발휘했다.

 

진상의 뿌리는 진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시황으로 하여금 중국을 통일하도록 뒷받침한 여불위(呂不韋)도 진(晉)의 한 갈래인 한(韓)나라 출신의 대상인이었다.

수당(隋唐) 교체 시기에 목재상인이었던 측천(则天)무후의 부친인 무사확(武士貜)이 이연(李渊) 부자가 태원(太原)에서 군사를 일으켰을 때 막대한 자금을 제공했다. 당나라는 이연 부자의 군사와 무씨(武氏)의 재력이 합쳐져 천하를 얻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당 건국 후 무씨(武氏)는 국공(国公)에 봉해지고, 그의 딸이 중국 역사상 최초의 여황제가 될 정도였으니, 진상의 위력이 어지간했음을 알수 있다.

수당·오대 시기에 진상은 타이위안(太原), 장저우, 타이구(太谷), 핑딩(平定), 다퉁(大同) 등지의 신흥도시로 상업망을 확대했으며, 송원대에 이르러서는 요(遼, 거란)와 인접한 산시(山西) 변경을 중심으로 하는 변경무역이 확대되며 본격적인 체계를 갖추었다.

 

▲ 진상 최전성기, 일승창(日昇昌)이란 진상 표호에 붙어 있는 편액 /위키피디아(중국판)

 

진상의 전성기는 명청(明清) 500년간이었다. 그들은 염업(소금), 차, 상품 및 화물 운송 등 유통업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특히 금융기관의 일종인 표호(票号)를 운영하며 금융산업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진상은 18세기 중엽부터 19세기말에 이르는 기간에 표호를 운영함으로써 중국 상업을 발달시킴과 동시에 중국 상업계의 패권을 장악했다. 무거운 금속화폐(은)를 직접 운반하며 상거래를 하던 시기에 진상들은 표호를 통해 환어음을 교환하고 여신과 송금업무를 운영했다. 서양에 비해 뒤늦었지만, 중국 사회에서 자생적 자본주의의 싹이 트고 발달하는 과정임을 보여주었다.

표호는 환어음을 주로 하는 개인금융기관으로 송금업무 등을 대행해 이윤을 챙겼다. 최초의 표호는 핑야오(平遥)현의 일승창(日升昌) 표호이며 당시 전국 51개 표호 중 진상 소유가 43개에 달했다. 가장 성공한 표호는 치현(祁县)의 합성원(合盛元)으로 1907년 합성원(合盛元) 표호는 일본의 도쿄, 오사카, 요코하마, 에도 및 조선의 신의주 등지에 표호를 설립하고 금융업무를 함으로써 중국 최초의 국제 금융기관으로서 면모를 보였다.

진상의 표호는 청나라 황실에서도 인정해 ‘회통천하’(匯通天下)라는 편액을 내리기도 했다. 즉 “금융망이 천하를 돌고 돌아 통하라”라는 내용이다.

 

진상은 풍부한 건축유산을 남겼다.

장예모 감독이 만든 공리 주연의 홍콩영화 『홍등』(Raise The Red Lantern, 1991)은 부유한 진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배경으로 나오는 교가대원(喬家大院)은 청나라 때 부상의 집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외에도 상가장원(常家莊園), 조가(曹家) 삼다당(三多堂) 등도 현재 남아있는 진상의 건축물이다.

산서성 도처에는 진상들의 저택이 비교적 온전하게 보전되어 있는 것만해도 1천여채가 된다. 핑야오(平遥)의 고성과 구시가지에 남아있는 표호 유적지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이곳에는 중국 상업의 역사를 확인하기 위해 국내외의 많은 관람객이 내방하고 있다. 미국의 한 작가는 표호의 본거지를 “중국의 월스트리트”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 진상의 상업로 /위키피디아

 

중국엔 “세상에 참새가 날아가는 곳이면 산서상인(진상)이 없는 곳이 없다”는 말이 있다. 진상의 물류와 금융 네트워크는 중국 내지는 물론 러시아, 몽골, 시베리아, 중앙아시아, 조선, 일본, 그리고 남양(南洋)에 이르렀다. 심지어 “러시아의 짜르가 표호로부터 돈을 빌렸다”는 말이 전해져 오고 있다.

청나라 말기인 1860년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이 베이징의 원명원(圓明園)을 불태운뒤 배상금을 요구하자 청나라 실세인 서태후(자희태후)가 진상의 교가(乔家)로부터 돈을 빌리려고 했을 정도로 막강한 경제력을 보유했다.

 

진상들은 청말 태평천국의 난, 백련교도의 난등 농민봉기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조정 금고로 전락했고, 신해(辛亥)혁명 이후 쓰촨, 산시 등지에서 전쟁 발발과 습격 등으로 신용도가 급락하는 표호의 신뢰도가 급락하고 대규모의 손실 및 자금인출 사태 등으로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중국 상인들은 『삼국지』(三國志)의 최고 무장인 관우(關羽)를 재물의 신(財神)으로 숭상한다. 관우의 고향이 산시성이다.

▲ 관우 초상 /위키피디아

관우가 재신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세 가지다.

① 관우는 생전에 이재에 매우 밝고 회계업무에 뛰어났으며, 필기법(筆記法)을 설계해 일청부(日淸簿)를 발명했다. 후대 상인들은 이 계산방식을 사용했으며, 관우가 회계의 전문가라고 인정했다.

② 관우는 상인들이 매우 중시하는 신의를 갖추고 있다.

③ 전설에 따르면 관우가 죽은 뒤에 진신(眞神)으로 다시 돌아와 전쟁을 도와주어 승리를 얻었다. 상인들은 언젠가 사업이 좌절되었을 때 관우처럼 재기하여 최후의 성공을 얻기를 희망했다. 이러한 신앙은 청대에 숭배로 성행했다.

 

김인영 기자 inkim@opini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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