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부를 찾아서] 왜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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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부를 찾아서] 왜의 존재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6.16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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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왜가 있었나?…사료를 검토하다 가지는 의문들

 

사료를 뒤적이다 보면 의문이 드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하나가 한반도 남쪽에 왜족(倭族)가 있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일본이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설이 맞다는 얘기인가.

그러면 몇가지 의문을 제기해 보자.

 

첫째, 『삼국사기』에 나오는 왜와 관련한 기사에 석연치 않다.

 

① 벌휴 10년(193년) 6월, 왜인이 크게 굶주려, 식량을 구하러 온 사람이 천여 명이나 됐다.

② 아달라 5년(158년) 3월, 죽령(竹嶺)을 열었더니, 왜인이 사신을 보내 예방했다. (開竹嶺 倭人來聘) <삼국사기 신라본기>

 

벌휴이사금 시기의 왜인 구걸기사는 바다에서 건너온 것 같지 않다. 1천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이 식량을 구걸하기 위해 육지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바다를 건너 올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의문이 남는다.

아달라이사금조의 왜인 사신 기사는 경북 풍기와 충북 단양 사이에 있는 죽령 길을 개척했는데, 백제나 고구려가 사신을 보냈어야 하질 않을까. 왜인이 사신을 보냈다면, 한반도 어딘가에 왜인이 존재했다는 얘기인가.

그런데, 이 기사는 ‘죽령이 열렸다’는 기사와 ‘왜인이 사신을 보내 예방했다’는 별도의 사건으로 분리하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해석에 따라 왜의 사신이 죽령을 넘어 예방한 사실의 기사임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서기』는 한반도에서 왜의 움직임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나오는 40여개 이상 왜 관련 기사와 『일본서기』의 기사가 일치하는 것이 거의 없다. 비미호(卑彌呼), 박제상(朴堤上), 석우로(昔于老)의 기사 정도가 『삼국사기』와 『일본서기』에서 공동으로 나오고, 대다수의 왜 관련 기사는 『삼국사기』에만 나온다. 그렇다면 일본 야마토 (大和) 정권의 지시를 받지 않은 왜족이 어딘가에서 신라를 공격한 것이다.

 

중국 서진(西晉)시대 진수(陳壽)가 편찬한 『삼국지』 「위서 동이전」을 보면, 이런 의문의 답을 구할수 있다. 몇구절을 보자.

 

① 한(韓)은 대방(帶方)의 남쪽에 있다. 동서는 바다로 경계를 삼고 남쪽은 왜와 경계를 접하니(南與倭接), 면적이 사방을 4천리쯤 된다. 세 종족이 있는데 그 첫째는 마한이고, 둘째는 진한이며, 셋째가 변한이다. 진한은 옛 진국(辰國)이다.

② 지금 진한 사람들은 모두 머리가 편평하다. 왜(倭)에 인접한 곳의 남녀들(男女近倭) 또한 문신을 한다.

③ 변진의 독로국(瀆盧國)은 왜와 경계를 접하고 있다. (其瀆盧國與倭接界)

 

『삼국지』 「동이전」은 한족의 천하관을 토대로 쓰여져 있다. 위국의 사신이 3세기 후반에 동이족 곳곳을 돌아다니며 보고 들은 기행담을 모은 사서로, 12세기에 사료를 모아 쓴 『삼국사기』보다 사실에 근접해 서술했을 것이다. 당대의 기록이 1천년 후의 기록보다 정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삼국지』 「동이전」에서 한(韓)의 남쪽에 왜와 접(接)해 있고, 진한과 왜가 가까이(近) 있으며, 독로국은 왜와 경계를 접하고 있다(接界)고 하질 않는가. 그렇다면 3세기에 한반도에 왜가 존재했다는 얘기가 된다. 『삼국지』 「동이전」 왜조에는 “왜인들이 문신을 하는데, 나라마다 각기 다르다”는 기사가 있어 왜와 가까이 있는 진한의 남녀가 문신을 따라했다는 기사에 설득력이 있다.

상식적으로 왜는 일본 열도에 있어야 한다. 「동이전」 왜조에서 “왜인은 대방의 동남쪽 큰 바다 가운데에 있고, 산과 섬을 의지해 국읍을 이루고 있다”고 해, 일본 열도가 왜인의 본거지임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동이전」 한조에서 말하는 왜는 일본 열도의 왜와 별도로 존재했다는 뜻이다.

일단 「동이전」의 기사를 따라 한반도에 존재한 왜의 위치를 추적해 보자.

 

마한은 서쪽에 있다(馬韓在西)고 했고, 진한은 마한의 동쪽에 있다(辰韓在馬韓之東)고 했다. 마한은 경기도와 충청도, 전라도 일부 지역이고, 변한은 부산 경남 지역이며, 진한은 경상북도 지역과 대체로 겹친다. 그러면 한(삼한, 즉 마한 진한 변한)과 남쪽으로 접하고, 변한의 한 부죽국가인 독로국과 접하며, 진한과 가까운 곳은 바로 전라도 지역이다. 「동이전」은 전라도 일대에 왜가 존재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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