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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장기불황 돌파하려는 일본

기사승인 2015.09.19  15: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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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수산업 육성하고 국민적 에너지 집중시킬 목적

“난징 대학살은 중국인들이 지어낸 거짓말이다. 될 수만 있다면 히틀러가 되고 싶다.”

2011년 도쿄 도지사로 4선에 성공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가 한 말이다. 이 말이 전해지고 우리나라와 중국에선 망언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세밀히 들여다보면 일본 우파들의 속마음을 드러낸 말이라고 할수 있다.

일본은 전범 국가이자 패전국이다. 물리적인 힘으로 조선을 합병, 식민지화했고,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을 일으켯고, 태평양전쟁에서 패전했다. 역사적으로 패전국은 지구에서 사라졌다. 없어져어할 나라를 살려둔 것은 2차대전의 승전국 미국의 잘못이다. 태평양지역으로 내려오는 소련의 남하를 저지하고 중국 공산당의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은 일본을 군사기지화할 필요가 있었다.

▲ 일본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열린 안보법제 반대 시위. 하지만 일본국민들은 선거에서 자민당에게 압도적인 표를 몰아주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히틀러가 되고 싶은 일본 우익들

그 전범 국가가 패전 70년만에 전쟁을 하겠다며 법을 바꿨다. 일본 참의원은 집단자위권 등을 행사하도록 하는 11개 안보 관련 법률 제·개정안을 19일 새벽 본회의에서 가결했다. 법안은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다. 찬성 148표, 반대 90표였다. 집단 광기다. 야당 의원들도 표결해 참여했으나,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집단 안보법안은 지난 7월 16일 중의원을 본회의를 통과했다. 따라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추진해 온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법률 정비가 모두 마무리된 것이다.

일본의 우경화와 이에 따른 전쟁 광기는 장기불황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 재정을 쏟아부어도, 금리를 0%까지 내려도 경기가 살아날줄 모르고, 그사이에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믿었던 한국이 치받고, 중국이 일어서니 일본인들의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을 것이다. 게다가 몇 년전 동북지역 쓰나미로 수만의 인명을 앗아간 사건이 발생해 패닉과 상실감이 컸다. 일본 우익은 국민들의 상실감과 패닉을 활용한 것이다. 전쟁이라는 수단을 사용해 국민을 동원하고 군비 증강과 군수물자 수출을 통해 주력산업인 중화학공업을 회생시키자는 전략이다.

이시하라의 롤 모델인 아돌프 히틀러가 그런 사람이었다. 1차 대전에서 패한 독일은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물지 못해 알사스, 로렌을 프랑스에 떼주고, 배상금을 갚기 위해 윤전기를 풀 가동해서 마르크를 찍어내다보니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겪어야 했다. 독일인들의 경제적 고통은 프랑스등 연합국과 금융자본을 쥐고 있는 유태인에 대한 증오로 돌변했다. 히틀러는 이를 이용해 정권을 잡았고, 연합국의 철저한 감시 속에서도 군비를 확장해 결국 다시 전쟁을 일으키고 말았다. 일본 우익은 히틀러처럼 하겠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일본의 군사강국화는 1955년으로 거슬러 간다. 전후 일본 정치권에서는 군사강국으로 가는 문제를 논의했지만, 국민들이 원치 않았다. 전쟁을 겪은 일본국민들은 평화헌법에 안주하면서 미국의 우산 아래 살기를 원했다. 그들은 고도성장에 매진했다. 일본은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해 80년대 중반에 미국을 능가할 단계에 이르렀다. 폴 케네디의 저서 ‘강대국의 흥망’이 나온 것이 그 무렵이었다.

쇠약해가는 미국은 일본에 군비를 전가하려 했다. 일본의 우익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척하며 군사대국을 실행하려고 시도했다. 1980년대들어 일본 경제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일본 우익은 해외에 나가있는 자국 기업과 투자자본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력을 갖춘 국가를 주창했고, 정치권과 관료, 기업들은 이를 지지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국민적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 1990년 걸프전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했지만, 군사력 없는 경제대국의 허약함을 절감해야 했다.

1990년대 이후 동서 냉전이 와해되면서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잠시 주춤해졌다. 동시에 일본은 경기침체에 돌입했다. 두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빨리 회복했던 일본 경제는 관료들의 탁월한 리더십과 국민들의 집단 의식에도 불구하고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병이 깊은데다 경쟁국인 한국과 일본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일본의 주력산업인 중화학공업이 정보통신(IT)시대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19일 새벽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이 집단 자위권 법안의 참의원 본회의 가결후 감사의 표시로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겉과 속이 다른 일본국민의 이중성

그런 가운데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경제성장에 힘입은 중국이 군사대국화하자 일본 우익은 열도 무장론을 다시 앞세우고 나왔다. 장기불황의 타개책이기도 하다. 이번엔 일본 국민들이 따랐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집단자위권 법안을 반대하는 일본 국민의 비율이 50%를 넘었다. 여기에 법안을 보류해야 한다는 중도층의 비율까지 합치면 70%에 이른다. 그런데 그 여론은 표로 가지 않았다. 일본 국민은 지난해 12월중의원 총선에서 자민당에게 표를 밀어줬고, 지난 4월 지방선거에서도 자민당 후보들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일본 국민성은 이중적이다. 본마음인 ‘혼네(ほんね)’와 겉마음인 ‘타테마에(たてまえ)’가 다르다고 한다. 일본 의회 앞에 열린 반대집회에 수만의 군중이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일본인들의 본마음(혼네)을 읽은 것이다.

경제가 장기불황에 들어가 백약이 무효인 상태에는 전쟁이 극약처방의 수단이 될수도 있다. 히틀러가 피폐한 독일 경제를 살리는 수단으로 전쟁을 선택했고, 일본은 1929년 대공황의 해결책으로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을 일으킨 경험이 있다. 미국에서도 뉴딜 정책에 의해 대공황이 해결된 것이 아니라 2차대전에 참전하면서 경기 회복의 원동력을 마련했다.

전쟁이 가져다주는 경제 효과는 크다. 일단 군수산업이 확장한다. 자동차, 전자, 석유화학, 기계, 조선, 중공업등 일본의 주력산업은 군수산업으로 바로 전환할수 있다. 전쟁을 통해 제조업에 활력을 불어 넣을수 있다. 물자 생산을 극대화하고, 가격을 통제하며, 기업의 생산물자에 대한 수탈과 노동력에 대한 애국적 착취가 가능하다. 게다가 전쟁은 여론을 통제함으로써 국민을 통합할수 있어 권력자로선 무한의 권력을 행사할수 있다. 히틀러도 내각제를 활용해 집권에 성공한후 전쟁을 통해 독재자로 올라섰다.

일본의 우경화, 군사대국화는 아베와 이시하라등 소수 정치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상당수 관료, 지식인, 언론에 확산돼 있고, 국민적 동의(혼네)를 얻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개입을 저지할 근거규정이 없다

전쟁을 할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놨으니, 일본은 전쟁 놀이를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할 것이다. 주타깃은 중국과 북한이 될 게 분명하다. 중국과의 분쟁지역인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가쿠)에서 국지전이 벌어지면 우리나라는 외교상 난처한 입장이 되겠지만, 전투에 끼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할 경우 일본은 어떤 구실을 내세워서라도 참전의 기회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근세 100년동안 그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

▲ 부산항을 통해 돌아온 일제 강점기 일본 홋카이도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들이 서울 중구 성공회성당에서 추모식이 끝난 뒤 19일 안식의 집에 임시 안치되고 있다. 우리는 일본이 70년전에 한 일을 기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일각에서는 일본 집단자위법이 우리의 안보를 강화하는게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북한이 최근에도 장거리 로켓 발사와 제4차 핵실험을 시사하는 등 도발 위협을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 자위대의 역할 확대는 한미일 차원의 대북 공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말도 되지 않는 소리다. 그동안 집단자위법이 없을때도 일본이 북한 핵개발에 반대하고, 한미일 공조체제를 유지해왔다. 일본의 군사력에 의지해 북한 핵을 저지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한심하다.

한반도 유사시 우리 정부의 동의 없이 일본 자위대가 우리 영해나 영공에 진출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북한이 도발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가정해보자. 일본에 있는 미군기지에서 미군함정이나 미군기가 발진해 한반도로 향할 것이고, 이를 엄호하기 위해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나 항공자위대 전투기들이 우리의 영해나 영공까지 들어올수 있다. 또 한국 거주 일본인의 보호·철수를 위해 유사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에 있어 제3국의 주권에 대한 완전한 존중을 명확히 명기한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면서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한반도 안보 및 우리 국익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우리 측의 요청 또는 동의가 없는 한 용인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 개정법안에는 ‘주권 존중’이라는 추상적 단어만 나열돼 있을뿐 동의절차에 대한 구체적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자기네들이 법을 애매하게 만들어놓고, 유사시에 근거 규정이 없다고 군사개입을 할 경우 충돌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인영 발행인 inkim@opini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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