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조금만 움직여도 꿈틀대는 `구본준 거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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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조금만 움직여도 꿈틀대는 `구본준 거취`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3.18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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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상사, 왜 트윈타원 지분 매각했을까...권영수 부회장 선임도
▲ 계열사 주주총회가 대부분 끝났지만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의 거취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72년 전통의 LG그룹이 '장자승계'를 분명히 했지만, '형제독립'의 불씨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LG는 가족간 경영권 분쟁을 사전에 막고자 전통적으로 '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고수하고 있다. 또 장자로 승계가 이뤄지면 형제들은 계열사를 분리해 독립하는 '형제독립'도 원칙으로 지켜왔다. 그러나 지난해 5월 구본무 회장이 향년 73세를 일기로 타계하면서 구 회장의 동생이자 LG의 '큰 어른'이 된 구본준 LG 부회장의 거취는 잊을만 하면 피어오르는 불씨로 등장한지 오래다.  

▲ LG상사는 1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지분을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연합뉴스

◆LG상사, 트윈타워 지분 매각…계열분리 수순?

논란의 불씨를 다시 지핀 곳은 LG상사. 회사는 지난 15일 (주)LG에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지분을 1336억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처분하는 부동산은 토지 2161㎡, 건물 2만3920.44㎡로 자산 총액 대비 2.69%에 해당한다. LG상사는 "자산운용 효율화를 위한 처분"이라고 설명했지만 세간의 관심은 구본준 LG전자 부회장과의 관련 가능성으로 흘러갔다.

이번 매각으로 (주)LG는 트윈타워 지분을 100% 소유하게 됐다. 지분 매각에 앞서 LG상사는 지난달 서울 종로구 LG광화문빌딩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대신 광화문빌딩에 있던 LG화학 전지사업본부가 LG상사가 있던 여의도로 이전했다. LG그룹은 두 계열사가 사무실을 맞바꾼 이유에 대해 "각 사별로 떨어져 있는 사무실을 한 데 모아 원활한 소통으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LG상사의 경우 광화문빌딩에 있는 물류 자회사인 판토스와 소통이 보다 원활해지는 효과가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LG상사의 트윈타워 지분 매각을 두고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15일 열린 핵심 계열사 LG전자 주주총회에서 구광모 회장의 측근인 권영수 (주)LG 부회장이 임기가 1년 남은 구 부회장을 대신해 LG전자 기타비상무이사 자리에 오른 것이 이같은 관측에 힘을 보탰다. 구 부회장이 그룹에서 완전히 떠나는 수순을 밟고 있는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반면 LG그룹은 "(주)LG의 임대사업을 고려한 결정으로 계열 분리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상법(382호 제3항)에 근거한 것으로 상무(常務)에 종사하지 않는 사외이사를 말한다. 

◆구본준 부회장, LG상사 떼어 독립?

구 부회장이 형제독립의 원칙을 고수할지 여부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형제간 분리가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등 섣부른 추측으로 확산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일찌감치 구 부회장이 LG상사나 LG이노텍을 계열 분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구 부회장이 약 1조원대인 (주)LG 지분 7.72%를 매각해 이들 기업의 최대주주에 오르는 수순을 밟을 거라는 전망이다. 이 중 LG상사는 계열 분리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회사다. LG그룹 2대 회장인 구자경 명예회장의 3남인 구 부회장은 2007~2010년 LG상사 대표이사를 지냈고, 2017년까지 LG상사 지분 3.01%를 소유하며 최대주주 자리를 지켰다. 

LG전자의 자동차·자동차부품(VC) 사업을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 VC사업은 구 부회장이 LG전자 대표이사 시절 신설한 조직인 만큼 애착도 크다. 다만 LG전자 입장에서는 VC사업을 떼어주기가 부담스럽다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전장사업 특성상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고 전후방 시너지가 남다른 만큼 실제로 구 부회장이 계열 분리할지는 미지수다.  

LG상사, LG이노텍, VC사업 등 구 부회장의 계열 분리 가능성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모두 LG그룹의 핵심 사업과 깊숙이 연관돼 계열 분리로 그룹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구 부회장이 구 회장(15%)에 이어 2대 주주로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주)LG의 우호 주주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것은 물론 지주사 지분을 매각해 새 사업을 시작할 여지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그룹안팎에서는 이같은 재계의 시각에 부정적이다. 그룹에 따르면 한 고위관계자는 "LG상사는 그룹 지주회사 체제로 편입이 완료됐기 때문에 별도로 트윈타워 지분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며 "1000억원 이상의 자산을 놀릴 이유는 없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권 (주)LG 부회장의 비상무이사 선임도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LG전자의 비상무이사 자리는 지주회사 몫"이라며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 부회장에서 자리를 내놓고 대주주로 역할만 하기로 한 이상, 굳이 직함을 가질 이유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 구 씨와 허 씨의 아름다운 이별 등 LG그룹 계열 분리 역사가 재조명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구씨와 허씨의 '아름다운 이별'…LG그룹 계열분리 어땠나

타계한 구본무 회장은 그룹 회장에 오른 지 8년 만인 2002년 LS전선, 극동도시가스, LG칼텍스가스, LG니꼬동제련 등을 떼어 고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 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에게 넘겼다. 이후 LG전선, LG칼텍스가스 등은 LG전선그룹으로 거듭났고, 2005년 LS그룹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보다 앞서 1999년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 고 구철회 명예회장 자손들은 그룹에서 분리해 LG화재를 기반으로 LIG그룹을 설립했다. 

현재 GS그룹을 이끌고 있는 허씨 가문과 '아름다운 이별'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구 회장은 2004년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 LG유통(현 GS리테일), LG홈쇼핑(현 GS홈쇼핑) 등 서비스 분야를 담당할 신설법인 GS홀딩스를 설립하고,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선임했다. 2005년 GS그룹이 출범하면서 LG그룹과 정식으로 분리했다. 

LG그룹의 구 씨와 GS그룹의 허 씨 가문은 사돈 관계로 1946년 구 창업주의 사돈인 만석꾼 허만정 씨가 사업자금을 대고 아들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경영 수업을 부탁하면서 '동업' 관계를 시작했다. 이후 구 씨와 허 씨 가문은 57년 동안 3대에 걸쳐 동업자 관계를 유지했고, 2005년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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