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코드] 넷플릭스 vs 스티븐 스필버그, '관람'과 '시청'은 과연 다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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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코드] 넷플릭스 vs 스티븐 스필버그, '관람'과 '시청'은 과연 다른 것인가
  • 김이나 컬쳐 에디터
  • 승인 2019.03.1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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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구독경제 그리고 새로운 소비의 형태
▲ 영화 "로마"의 한 장면. 쿠아론 감독은 이 영화에서 감독과 촬영을 맡아 아카데미상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사진=네이버 영화]

 

지난 2월 24일 LA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거행된 제 91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넷플릭스 영화인 알폰소 쿠아론(Alfonso Cuaron) 감독의 ‘로마(ROMA)’가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그래비티'와 '해리포터 아즈카반의 죄수'를 감독했던 멕시코 태생인 쿠아론 감독 본인의 유년시절을 그린 영화로 알려진 영화 ‘로마’는 특히 아카데미 최초로 외국어 영화로 감독상을 수상한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제목 ‘로마’는 이탈리아 지명 로마가 아닌 멕시코 시티의 지명이다.

무려 3관왕의 쾌거를 이뤘지만 시상식이 끝난 후 영화인들은 아쉬움을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로마’는 이미 작년 9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작품상의 유력한 후보로도 거론됐었지만 ‘그린북’에 작품상을 넘겨 주었기 때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세계 3대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것은 최초였지만 그 넷플릭스 영화라는 굴레가 아카데미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말들이 오갔다.

 

▲ 아카데미상 3개 부문에서 수상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 [사진=연합뉴스]

 

우리의 일상을 파고든 구독 경제

 

넷플릭스는 일정 금액을 내고 TV나 모바일 등을 통해 영화나 드라마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표방한다.

익히 알려진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을 통해 누구나 음악을 구독할 수 있고 최근에는 꽃, 책, 침대 심지어 자동차, 비행기 등을 구독할 수 있다.

MP3, DVD, 종이책 등을 구입해서 '소비'하거나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구독자가 선택한 기업의 물품, 컨텐츠, 서비스를 월정액만 결제하면 자신의 기호와 편의에 따라 '이용'할 수 있다.

이는 구매(buy)-소비(consume)에서 구독(subscribe)-사용(use)혹은 향유(享有, enjoy)의 프로세스로 옮겨가는 것이다. 기업은 빅데이터를 통해 구독자에게 다양하고 새로운 컨텐츠와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구독자의 재구독을 도모한다.

구독 서비스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일정 비용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물건이나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제공받는 것으로 예전부터 신문, 우유, 전기, 수도, 통신 등이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이전에는 사용할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있거나 사용 시간,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약정, 지불하는 것이지만 21세기의 디지털 구독 경제는 일정 금액으로 무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다르며 이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자 장점이다.

월정액을 결제하고 쓰지 않으면 이른바 ‘호갱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이 되지만 잘 이용한다면 오히려 경제적인 것이 이 구독 서비스다. 이같은 구독경제는 1인가구, 20-30대, 모바일에 익숙한 이들에게 유리하다. 지나치게 '소유'에 집착하는 한국인들 조차도 이젠 과다한 비용으로 소유하려는 집착에서 벗어나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독경제에 편입하는 추세다.

집도 나눠 쓰고('셰어하우스') 차도 빌려서 쓰는('쏘카') 공유경제가 이미 널리 전파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다른 한 축으로 구독경제가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무계획적이고 무분별한 소비는 지양한다. 필요할 때 쓰고 즐기면서 사는게 편하다. 소유하면 지켜야 하고 그걸 유지하는 데도 비용이 든다.

경제학자들은 구독경제의 확산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한다. 제한된 자원과 비용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얻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이라는 주장도 있다.

양으로 만족했던 시대는 지난 것이다.

 

영화는 스크린을 통해 극장에서 봐야한다는 거장 감독

 

최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아카데미 상 후보에서 넷플릭스 영화를 제외시켜야 한다는 발언으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CNN 기사에 따르면 그의 제작사 앰블린(Amblin) 엔터테인먼트 대변인은 “스필버그 감독은 스트리밍과 극장 상영은 다르다고 보고 있으며, 아카데미 이사회에서 이 문제가 다뤄지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2012년 통과된 현행 아카데미 규정은 극장에서 최소 7일 개봉한 영화에 후보 자격을 부여한다. ‘로마’는 3주 동안 극장에서 상영했지만 통상 일반 영화들이 개봉 뒤 ‘부가판권 시장’ 즉DVD 대여 시장이나 스트리밍 서비스로 넘어가기 전에 지켜야하는 90일간의 '영화 상영 (theatrical window)‘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받고 있는 것.

이렇다보니 단지 3주 동안만 극장상영을 하는 넷플릭스 영화는 TV시리즈를 시상하는 에미상(Emmy award : TV드라마 분야에서 뛰어난 배우, 작품, 제작자를 선정해 '미국텔레비전 예술과학 아카데미'가 주는 상)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다음 달 열리는 아카데미 이사회에서 이 같은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스필버그는 이전에도 극장 상영을 포기하거나 극장판 발매를 배제한 영화는 아카데미 후보로 선정되어선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헐리우드 거장 감독은 영화는 극장에서 스크린을 통해 ‘관람’해야하며 TV나 모바일 디바이스로 ‘시청’하는 영화는 TV 영화 혹은 TV드라마라고 폄하하고 있는 것이다.

예매를 하고 극장까지 이동. 상영전 화장실 방문은 필수. 암전된 극장에서 비싼 팝콘을 씹으며 스크린 응시. 그러나 관람 중 옆좌석의 휴대폰 불빛으로 방해받고 뒷좌석의 발차기를 버텨내면서도 관람해야 하는 것, 그게 바로 영화라는 것.

영화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의 마지막 장면. 영상기사 알프레도가 자신에게 남긴 유품인 필름을 보며 살바토레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다소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그런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영화제작자들이 극장상영과 스트리밍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손익분기점을 계산하고 있고 극장 상영기간을 놓치고 상영관을 찾지 못해 영화를 ‘관람’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스트리밍을 통해 영화의 재미와 감동을 즐기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신청하고 구독하는 사람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통해서 영화를 볼 수 있다. 현재 넷플릭스가 지원하는 모바일 디바이스의 종류만 1500종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논쟁의 한가운데 있는 넷플릭스는 "(우리는) 영화를 볼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거나 집 근처에 극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통로(access)', 누구든 어디서나 같은 시간에 영화가 개봉되는 것을 볼 수 있는 ‘극장’들,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그들의 예술을 전파할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을 사랑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 "It's Showtime" 새로운 서비스의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애플 홈페이지]

여기에 막강한 영향력의 애플이 "쇼타임"을 예고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애플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곧 시작될 것이라는 외신 보도.

3월 25일에로 예정된 애플의 스페셜 이벤트발표에는 TV 스트리밍 서비스, 뉴스 구독 서비스의 시작이 표함되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주류 (main stream)' 가 될 것이라는 분석들이 팽배하지만 넷플릭스는 다소 유보적으로 다음과 같은 간결한 트윗을 보낸다.

“These things are not mutually exclusive"

"이 둘 (극장상영과 스트리밍)은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닙니다."

 

넷플릭스

 

한 달에 적게는 7.99달러만 내면 영화와 TV 프로그램과 같은 영상 콘텐츠를 맘껏 볼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로, 유료 가입자만 2018년 말 현재 1억3900만명에 이른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34만명이었던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 수는 12월에 127만명으로 늘어났다. 무려 274%나 증가한 것.

국내에서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2017년 6월 29일 넷플릭스와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된 바 있다. 옥자는 넷플릭스가 578억원을 투자해서 제작된 영화다. 최근에 드라마 “킹덤”이 제작 되기도 했다.

 

▲ TV 혹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다양한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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