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국민 외모까지 간섭하나” vs "외모지상주의 폐해"
상태바
[시각] “국민 외모까지 간섭하나” vs "외모지상주의 폐해"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2.19 1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가족부 방송안내서로 시끌…“군사독재 시절이냐” 비판에 “방송사 자율”

 

어쩌다 TV에서 걸그룹을 보면 얼굴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인터넷과 지하철에는 성형외과 광고가 넘쳐나고, 강남 중심가에는 성형외과 병원이 빌딩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이런 문제를 여성 운동가들이 더 절실히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을 것이다.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인 2017년 5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집권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선미, 도종환 의원 주최로 ‘미디어내 성평등’이란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방송에서의 성차별’이란 발제에서 ‘허구 장르(드라마),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의 성차별성’ 항목으로 ▲여성비하, ▲남녀 관계의 위계화,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 강조, ▲외모 지상주의를 꼽았다.

이 발제에서 외모 지상주의에 대해 “아름다움을 여성의 절대적 가치로 설정하여, 여성에게 아름다움이 필요충분 조건으로 간주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했다. 발제자는 “여성의 미를 키, 몸무게, 얼굴 크기 등에 따라 정형화하기도 하며, 이러한 기준에 들지 못하는 여성을 비하하거나 이상적이지 못한 면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하기도 한다”고 문제점을 적시했다.

 

진선미 장관의 여성가족부가 최근 방송사와 프로그램 제작사에 ‘성 평등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배포해 사회가 시끌하다. 여성가족부가 배포한 안내서에는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음악방송 출연자들의 외모 획일성이 심각하다.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상황에 맞지 않는 지나친 화장, 노출, 혹은 밀착 의상, 신체 노출을 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도 들어 있다고 한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2년전 진선미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제시된 내용이다. 아름다움을 여성의 절대적 가치로 설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방송들이 키, 몸무게, 얼굴등 정형화된 기준을 방송에서 제시함으로써 기준에 들지 못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대목이다.

하지만 여가부가 방송에 보낸 안내서가 언론에 보도되자, 비판이 들끓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외모까지 규제하느냐, 과거 군사독재 시절로 되돌아 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자유한국당은 논평에서 “국민 외모까지 간섭하는 국가주의 망령을 규탄한다”며, “정부가 이제는 국민 외모까지 간섭하고 통제하려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논평은 “이런 ‘국민 통제 정책’이 4.5공화국 시절의 ‘장발·미니스커트 단속’과 무엇이 다른지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여가부 장관은 여자 전두환입니까”라고 묻고 “음악방송에 마른 몸매, 하얀 피부, 예쁜 아이돌 동시 출연은 안 된답니다. 군사독재 시대 때 두발 단속, 스커트 단속과 뭐가 다릅니까? 왜 외모에 대해 여가부 기준으로 단속합니까?”라고 비판했다.

 

비난이 쏟아지자, 여가부는 자료를 내고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는 …… 방송사, 제작진들이 방송현장에서 자율적으로 반영하는 것으로 규제나 통제라는 일부의 비판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중앙일보는 19일자 “어처구니없는 여가부의 ‘걸그룹 외모 규제’”라는 사설에서 “되지도 않을 과잉 규제에 연예인의 외모, 시청자의 취향 등 사적인 영역까지 국가가 개입·통제하려는 국가주의적 발상은 위험스럽다”고 지적했다.

중앙 사설은 “성 평등을 위한 미디어의 압도적인 영향력과 아이돌의 외모로 상징되는 ‘외모 지상주의’의 폐해를 모르는 바 아니다”면서 “그러나 국가가 외모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는 현 상황은 시대착오적이다. 개인의 자율을 중시하는 진보 정부 일반과도 반대다.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이라 해서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