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최대 무역적자…대선 앞두고 불확실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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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최대 무역적자…대선 앞두고 불확실성 고조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1.2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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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제 둔화의 직격탄…“강력한 수입규제 검토”

 

인도네시아 무역이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경제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인도네시아의 2018년 수출실적은 전년 대비 6.65% 증가한 1,800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년비 수출증가율은 6.65%로, 정부가 예상한 증가율 7.5%보다 저조하다. 지난해 수입 실적은 1,886억 달러로 전년 대비 20.15% 증가했다.

지난해 무역적자액은 85억7,000만 달러로, 이는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루피아화 가치가 급락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지난해 미국 달러화에 대해 13% 절하되었는데, 이는 미국 금리인상에 다른 자본 이탈(capital flight)이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비달러권에 투자된 자본이 달러 표시자본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에 달러에 연동해 있는 신흥국 통화의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그 유탄을 인도네시아가 맞은 것이다.

 

▲ 자료: 코트라 자카르타 무역관

 

루피아화는 1997~98년 아시아 통화위기 당시 수준으로 하락했는데, 통화가치 하락은 수출 단가를 떨어뜨리고, 수입단가를 올려 무역수지를 악화시켰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루피아화 하락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해 6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가 4.25%에서 6%로 상승했다.

인도네시아 경제는 지난해 5% 이상의 견실한 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는 최근 3년간의 무역흑자기조에서 큰 폭의 적자로 반전하게 되었다. 

이에 인도네시아 당국은 경제에 빨간불이 켜져 있음을 인식하고 ‘경계’(vigilant)를 늦추지 않고 있다.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Sri Mulyani Indrawati) 재무장관은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수입을 줄임으로써 무역적자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인드라와티는 사임한 김용 세계은행 총재 후임으로 물망에 오르는 여성 재무장관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무역적자가 확대됨에 따라 지난해 1,100개 품목에 관세 세율을 인상하고, 전자상거래 적송품 면세 한도 하향 조정, B20 정책 등 수입억제정책을 긴급 발효 등의 조치를 취하고, 지난해 말엔 수입 자재를 많이 사용하는 일부 프로젝트를 정부에서 일시 연기 조치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역적자가 누적될 경우 인도네시아 정부는 추가로 관세를 적용하거나 세율을 올릴 의향을 밝힌 것이다.

 

▲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재무장관 /위키피디아

인도네시아는 지난해말 연이은 금리 인상과 외환안정화 조치로 대규모의 자금이탈을 진정시켰다. 피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루피아화는 지난해말 상승세로 반전해, 한때 1달러당 1만5,200 루피아까지 떨어졌던 환율이 7% 정도 회복해 1만4,000대초반으로 안정화되고 있다. 아울러 해외로 이탈하던 자본이 역류해, 중앙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에는 79억 달러의 자금이 돌아왔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당국의 자본통제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코트라 자카르타 무역관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1월부터 2019년 1월 현재까지 인도네시아 업계 2위 국영보험사(PT Asuransi Jiwasraya)의 유동성 부족으로 8,020억 루피아 규모의 보험금 지급을 미룬 바 있고, 미 연준(Fed)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에 불안한 상황이라고 한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게 됨에 따라 인도네시아의 조코위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3개월 후에 대선 및 총선을 앞두고 있어 무역 이슈가 정부는 물론 현지 언론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고 코트라 자카르타 무역관이 전했다.

 

중국의 경제둔화도 인도네시아 수출 저조의 요인이다. 지난해 대중국 교역실적은 예상보다도 저조했고, 올해도 대중국 수출이 더욱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투자금융사 PT Bahana Sekuritas에 소속된 사뜨리아 삼비잔또로(Satria Sambijantoro) 연구원은 “빅 바이어인 중국의 경제 침체가 수출실적 악화에 많은 영향을 준 것”이라면서 “2019년의 교역에 대한 구조적 개혁이 시급하며, 원료 및 소재에 대한 수출의존도를 줄이고, 수출 품목 분야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외화 유출을 줄이기 위해 수출 대금을 루피아로 환전토록 독려해왔으며, 이를 더 강화하기 위해 새해부터는 원자재 수출업자들에게 외환 수입금액을 루피아화로 전환하는 것을 요구하는 정부령을 시행하고 있다.

코트라 자카르타 무역관은 “인도네시아가 5%대의 성장률을 보이고, 중앙은행은 GDP 대비 경상수짖 적자규모를 2018년 3%에서 올해 2.5%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그러나 경제 펀더멘털이 약해 글로벌 경제 상황에 좌우되기 쉽고, 미국과 중국의 경기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2019년 4월에 예정된 대선으로 인해 경기 불확실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아시아위기 재연론에 대해 인드라와티 재무장관은 FT 인터뷰에서 “절대로 불가능한 일(definitely impossible)”이라고 못밖았다. 그는 “인도네시아는 변동환율제를 시행하고, 중앙은행이 독립됐으며, 강력한 재정구조를 갖추고 있다”면서 “정부는 경제적 동요를 대처할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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