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를 질주하며①] 대화퇴에 몰려든 중국 어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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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를 질주하며①] 대화퇴에 몰려든 중국 어선들
  • 이효웅 해양탐험가
  • 승인 2018.12.2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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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 코리아나호 타고 블라디보스톡 ‘SCF 2018극동범선대회’ 참가한 항해일지

 

이효웅 해양탐험가는 올해 9월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SCF 2018극동범선대회’에 참가했다. 국내 유일의 범선인 코리아나호(선장 정채호)가 이 대회에 참가해 B클래스 1등과 종합 2등의 성과를 달성했다. 항해 팀장으로 참가한 이효웅씨는 9월 4일부터 18일까지 동해를 누비며 다닌 항해일지를 썼다. 이 항해일지는 우리 동해 바다의 생생한 이야기이며, 바다 사나이들의 스토리이기도 하다. /편집자주

 

▲ 코리아나호 범장 모습 /사진=이효웅

 

◎코리아나호의 승무원과 대회 운영

‘코리아나’호는 ‘대한민국국제범선축제’를 2018년 8월 27일부터 9일1일까지 ‘여수 신항’에서 마치고 9월 4일에 출항하였다. 괌에서 발생한 제21호 태풍 ‘제비’의 영향으로 출발 인원이 반으로 줄어 정채호 선장, 김정득 기관장, 항해사 이효웅, 궁인창, 장익희, 박창원, 이호석, 정선국, 남진국, 로신(러시아), 사쿠라이(일본), 바실레브스키(러시아) 12명이 승선하였다.

이번 항해에 일본 국적의 사쿠라이양(19세)은 고베해양대학 1학년으로 일본 범선 아미호를 타고 현해탄을 건너 여수에 왔다. 북극을 6번이나 다녀온 러시아 시잔작가 바실레브스키는 STI 영국범선협회 소속 사진작가로 모스코바에서 직접 날아왔다. 부산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이호석 교수는 팀 닥터로 승선하여 ‘코리아나’호의 승무원들의 건강을 돌보았다. 최근 부산대학교병원은 러시아 극동지역에 진출하기 위한 제반사항, 시장성·타당성 평가와 네트워크 확립을 하려고 및 현지병원과 ICT 플랫폼을 활용한 협진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으로 역량을 투입하고 있고, 이호석 교수는 5번이나 블라디보스톡을 방문했다.

본 대회의 경기방식은 ‘여수 신항’을 출발하여 스타트라인인 대한민국 남해군 상주면 ‘세존도’ 해상에서 도착 10분전에 엔진을 정지하고 세일을 모두 펴고 출발선을 통과 하여 돛으로만 항해하여 동해를 지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항구 해상의 결승선까지 항해한 시간을 측정하여 클래스 및 종합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범선은 규모에 따라 A,B,C,D로 나누는데 ‘코리아나’호는 B클라스로 등록하여 ‘SCF 2018극동범선대회’에서 B클래스 1등과 종합 2등을 차지하는 정말 대단한 성과를 이룩하였다.

 

▲ 여수범선축제 범장 모습 /사진=이효웅
▲ 여수범선축제 일출 /사진=이효웅

 

< 9월 4일(화) >

오후 1시에 ‘여수 신항’을 출항하여 스타트라인인 ‘세존도’로 항해하면서 선상미팅을 하였다. 미팅은 승무원 개인소개와 승선수칙 전달, 안전교육, 근무조 편성, 식사 등 유의사항을 전달하였다. 근무는 3조로 편성하며 하루 4시간씩 2번 근무하고 외국인도 함께 편성했다.

남해의 스타트라인으로 항해하면서 대회본부에 등록된 세일을 모두 펼쳤다. ‘코리아나’호는 순조롭게 항해하였으나 자동조타장치에 이상이 발견되어 조타장치를 고치려고 출발선을 앞두고 2시간동안 수리를 하였으나 완벽하게 수리하지 못하고 ‘세존도’ 출발선을 가장 늦은 오후 6시경 통과하였다.

‘코리아나’호의 정채호 선장은 남해를 오랜 기간 항해를 하였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이 해역에 익숙했다. 3시간 전에 가장 빨리 출발선을 통과한 인도네시아 해군 범선 ‘수지’를 따라 잡는 길은 해상에서 좋은 바람과 지름길을 찾는 방법이었다. 항해의 요인은 선체, 세일, 풍속, 풍향, 조류, 해류, 파도 등을 감안하는데 항해코스는 선장이 정한다. 수동으로 항해를 시작한 우리 배는 멀리 나가면 세찬 바람을 만날 수 있지만 빠른 길을 선택했다. 주변 해역에 어장이 많았으나 최대한 지름길을 선택해 바람을 쫓아 계속 24시간 항해하였다.

 

▲ 9월 4일, 여수를 출발하는 수지호와 라제지다호 /사진=이효웅
▲ 여수 최남단의 세존도 /사진=이효웅

 

< 9월 5일(수) >

항해 2일차. 부산, 울산 등 동해를 서풍을 받으며 5-7노트의 속력으로 순조롭게 항해하였다. 다른 범선들의 위치를 알 길이 없었다. 교신을 할 생각도 못했고 자고 일어나면 오직 바람을 찾아서 앞으로 나가는 것만 생각했다. 24시간 항해의 피로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 코리아나 크루들 모습 /사진=이효웅

 

< 9월 6일(목) >

항해 3일차.

바람이 초속 8~10m 정도 강풍으로 바뀌면서 평상시 속도 9노트로 항해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11~12노트로 질주하였다.

새벽 4시경 칠흑 같은 어두운 밤에 박창원 크루가 선장에게 황급히 보고한 내용은 STI 경기본부의 경기중계 프로그램을 보고, ‘코리아나호’가 다른 범선에 비교가 안 되게 앞서서 1등으로 간다고 하였다.

세밀하게 확인한 결과 앞이나 옆에서 부는 바람 경우 횡범선인 클래식한 범선은 종범선인 스쿠너타입의 코리아나에 비교하여 매우 불리하므로 우리가 훨씬 앞서고 있었다. ‘코리아나호’는 총 11장의 여러 가지 종류의 돛이 있지만, 선원 사정을 고려하여 5장만 등록하고 계측하여 레이딩을 부여 받았다. 앞에서 부는 바람인 크로스홀드에 풍상각이 유리한 스쿠너 세일만 장착하였다.

그리고 각 경기정에는 SPAR라는 위치 표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1등 항해에 보람을 느낀 당직 근무자 모두가 환호하였다.

아침 일출을 보면서 울릉도 해역를 통과하였으나 이때부터 점차 바람이 약하여 울릉도를 계속적으로 바라보면서 동과 서로 태킹을 하면서 북쪽으로 항해하였다. 밤중이 되어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다시 9노트의 속력으로 배는 북상하기 시작하였다.

 

▲ 질주하는 코리아나호 /사진=이효웅
▲ 울릉도를 지나는 콘테이너선 /사진=이효웅

 

< 9월 7일(금) >

항해 4일차.

새벽에 ‘북대화태’어장까지 순조롭게 항해를 하였는데, 아침부터는 바람이 없어 꼼짝도 못하였다. 대화퇴어장은 동해 중부 독도 인근의 어장으로 평균 수심이 300~500m인 얕은 바다에 퇴적물이 쌓여 영양염류가 풍부하고 플랑크톤이 많아 오징어, 연어, 송어, 전복, 문어, 꽁치, 방어 등 수산자원이 아주 많은 어장이다.

1924년 일본 해군 측량선 ‘야마토(大和)’호에 의해 발견되어 이름이 붙여졌고, 대화퇴는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포함되나 북대화퇴는 공해에 해당되어 여러 나라의 많은 어선들을 볼 수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태풍이 2-3일이 지나면 기압이 안정되어 바람이 없는 무풍지대가 된다. 지금이 태풍 ‘제비’가 지난 후라 무풍이 되어 항해할 수 없고 해조류에 흐름에 따라 서서히 흘러 다니고 있었다.

여기는 조·러 어업구역이라 오후부터 보이던 중국의 쌍끌이 어선들이 사방팔방에서 ‘코리아나’호를 둘러싸고 주변에서 야간조업을 하고 있다.

 

▲ 어장으로 이동하는 중국어선들 /사진=이효웅
▲ 코리아나호 주변의 중국어선들 /사진=이효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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