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자면 포인트 제공”…일본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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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자면 포인트 제공”…일본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 개혁’
  • 김현민
  • 승인 2018.11.1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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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부터 노동시간 단축…보너스 지급, PC 셧다운등 아이디어 속출

 

2015년 크리스마스 날에 일본 유명 광고회사 ‘덴츠(DENTSU)’에 입사한 도쿄대 출신 신입직원이 하루 20시간 근무하며 주 10시간도 채 잠을 자지 못하다가 자살했다. 이 사건이 과로사에 대해 일본 정부와 국민들 사이에 큰 이슈로 부각되었다.

이에 일본 의회는 지난 6월 29일 과도한 업무량을 줄이는 내용의 ‘일하는 방식 개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2019년 4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장시간 근로를 막기 위해 초과 근무시간을 월 45시간(연 360시간)까지로 규제하고, 법정노동시간(1일 8시간, 주 40시간)과 초과 노동시간을 합쳐 한 주에 약 51.3시간(한 달은 4주로 계산), 공휴일 및 주말 근무를 포함하면 1주에 약 60시간으로 규제했다. 다만 일이 몰리는 시기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초과근무 상한을 연간 총 720시간으로 두었다.

개정 법안은 대기업에겐 내년 4월 1일부로 적용되며 중소기업에는 2020년 4월부터 적용되도록 시차를 두었고, 일부 특수 업종에 대해서는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기업들이 일하는 방식 개혁에 나서도록 독려하면서 성공사례를 포탈 홈페이지에 올려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도 근로시간 단축에 호응해 법 시행에 앞서 일하는 방식 개혁에 나서고 있다.

코트라 나고야 무역관은 보고서에서 일본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 개혁’ 사례를 소개했다.

 

<복리후생비, 보너스 지급>

①의류업체 하루야마홀딩스

지난해 4월부터 ‘야근 제로’를 달성한 직원에게 생산성 향상의 대가로 월 1만5,000엔의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1인당 초과근무 시간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감소했다.

② 오릭스

올 6월부터 14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자기 연마 제도’를 신설해 남는 야근수당을 재원으로 모든 직원에게 복리 후생 포인트를 연 6만엔씩 지급하고 있다. 이는 근로시간 감축으로 생긴 여가를 자격증 취득이나 어학 능력 향상에 사용해달라는 의미다.

③ IT기업인 SCSK

35시간이었던 월평균 초과 근무를 지난해는 16시간으로 단축했다. 이에 따라 절약된 초과근무수당 10억 엔은 전액 야근 감축 실적 보너스로 지급하고 있다.

 

<휴식 권장>

① 결혼업체 CRAZY

올해 10월 10일부터 사원들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 포인트를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직원들은 수면시간을 측정하는 애플리케이션이 깔린 스마트폰을 잘 때 머리맡에 두어 측정한 후 데이터를 회사 측에 전송하도록 했다. 1주일에 6시간 이상 잠을 자는 날이 5일 이상이면 500엔, 7일이면 1,000엔 상당의 포인트를 주는데 포인트는 회사 내에서 음식 등을 살 때 사용할 수 있다.

② 벤처기업인 IT업체 락온

직원들이 장기휴가를 갈 수 있도록 2011년부터 연 1회, 연휴 기간, 주말 등을 붙여 9일짜리 휴가 취득을 의무화했다. 휴가 기간에는 전화, 메일 등 회사와의 연락을 일절 금하고 있다.

③ 취업 정보회사인 리크루트캐리어

연 1회, 4일 이상의 연차휴가를 취득하는 직원에게 5만 엔의 수당을 지급한다. 실제 직원의 90%가량이 해당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 IT 기술을 활용해 근무시간 단축>

① 인쇄, 편집, 홈페이지 제작 업무를 하는 제일인쇄소

비즈니스 채팅인 라인 웍스(LINE WORKS)를 도입해 초과 근무시간을 30~40시간 단축했다. 인쇄업계는 영업거점과 공장을 따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고객-영업-제조-인쇄-제본-물류’ 순으로 인쇄물 수주부터 납품까지 여러 부처 간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데, 직원들에게 익숙한 SNS 앱인 라인을 활용해 Drive(인터넷 저장소) 기능, 중요한 내용 채팅방 내 고정 게시 기능을 통해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을 줄였다.

② 전자기기 제조업체인 이시자키전기제작소

온라인상으로 문서 관리가 가능한 Evernote를 활용해 페이퍼리스(Parperless)와 정보 투명화를 실현하고, 자료 공유를 위해 필요한 시간을 효과적으로 단축했다. 직원은 2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데, Evernote를 모든 사원이 쓰기 위해서는 한 사람씩 직접 4시간가량의 개별 강의를 통해 사용법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③ 소프트뱅크

반복적이고 평범한 작업을 로봇이 하게 하는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툴인 비즈로보(BizRobo!)를 시범적으로 도입해 현장에 있는 사원이 스스로 업무를 효율화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비즈로보는 프로그래밍과 코딩을 하지 못해도 간단하게 소프트웨어 로봇을 만들 수 있다. 이를 활용해 사원 한 명당 1분 걸리던 작업을 로봇이 자동으로 해 수천 분의 시간을 단축했다. 정보를 입력해 답하게 하는 ‘학습’이라 불리는 작업에 필요했던 월 200시간을 월 1시간으로 단축하는 등 효율화에 성공했다.

 

▲ PC 셧다운제를 실시하는 일본 네야가와시청 /코트라 나고야 무역관

 

<PC 셧다운제 실시>

①오사카부 네야가와 시청

근무시간 종료는 오후 5시 30분이며, 직원들의 컴퓨터 화면에는 근무 종료 1시간 전인 오후 4시 30분에 경고창이 뜬다. 이후 30분마다 경고 알람이 반복돼 5시 50분 이후에는 1분 단위로 경고음이 울린다. 오후 6시가 되면 컴퓨터는 강제로 종료가 되는데 어쩔 수 없이 야근이 필요한 경우에는 사전에 직속 상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네야가와 시청은 지난 4월부터 ‘PC 셧다운제’ 시스템을 시행한 이후 지난해에 비해 월 80시간 이상 야근했던 직원이 55명에서 9명으로 줄고, 월 100시간 이상 야근했던 직원이 지난해 19명에서 올해는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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