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종이매체의 몸부림…1년만에 재매각되는 타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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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종이매체의 몸부림…1년만에 재매각되는 타임지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9.1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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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디지털 시대에 광고 및 구독 급감…잡지 발행하되, 디지털화 전망

 

나이 든 사람들에겐 대학시절에 시사주간지 ‘타임’(Time)을 영어 교재로 삼은 기억이 있다. 문장이 깔끔하고 시사 해설이 명쾌했기 때문이다.

타임지는 1923년 3월 예일대 졸업생인 브리튼 해든(Briton Hadden)과 헨리 루스(Henry Luce)에 의해 미국 최초의 주간잡지로 창간되었다. 타임지의 영향력은 막대했다.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 ‘타임 선정 100’(Time 100)에 이름이 오르는 것은 영광이었다.

그 기세를 몰아 1989년 타임사는 미국 굴지의 영화사 워너브러더스와 합병해 타임 워너 그룹의 일부분이 되었다.

이 잘나가던 시사잡지가 꺾어진 것은 인터넷과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부터였다. 21세기로 넘어갈 때 타임지의 발행부수는 410만부였다.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던 2000년, 올드미디어인 타임워너는 뉴미디어인 아메리칸온라인(AOL)과 합병하면서 AOL-타임워너의 한 분야로 편재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독자의 추세는 올드미디어에서 뉴미디어로 전환되어 갔다. 2003년까지 410만부를 유지하던 타임지 발행부수가 2004년 400만부로 내려가고, 2007년엔 340만부로 가라앉았다.

2007년엔 신년 첫 발행이 1주일 연기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49명의 직원을 해고하는 바람에 업무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사태가 악화되었다. 가판대에서 타임지 구독이 뚝뚝 떨어졌다. 2009년 하반기 타임지의 가판대 판매부수가 35% 하락했고, 2010년 상반기엔 거기에서 3분의1 또 줄었다.

타임지는 온라인 추세에 맞추려고 온갖 노력을 했다. 2013년 애플과 손잡고 아이패드(iPad) 버전을 송출했다. 그래도 줄어드는 광고와 구독자를 잡기 어려웠다. 2013년엔 전체 직원의 6%에 해당하는 500명을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내보냈다.

가판대 발행부수가 급감해도 정기구독자를 유지하는 전략을 취했지만, 2012년 발행부수가 330만부로 줄었고, 2017년 7월엔 300만부로 내려갔다. 지난해 10월 타임지는 발행부수를 200만부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 타임지 최근호 커버 /타임사 홈페이지

 

견디다 못해 타임지는 새주인을 찾았다. 올해 1월에 미국 중부 아이오와주에 본사를 둔 출판기업 메레디스(Meredith Corporation)에 매각되었다. 매각 가격은 18억 달러로, 상당히 좋은 가격에 거래됐다는 평가였다. 타임지와 자매지 포춘(Fortune), 머니(Money),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드(Sports Illustrated) 등을 합친 매각이었다. 이 거래에는 미국 공화당의 후원자인 코흐 형제의 지원이 있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코흐 형제가 타임지 인수에 6억5,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하지만 1년도 되지 않아 메레디스는 인수한 잡지들을 매물로 내놓았다. 광고물량이 페이스북과 구글 등 SNS로 가고, 종이 잡지엔 아무리 지명도가 높아도 광고가 예전처럼 오지 않기 때문이다. 메레디스도 자선사업가는 아니다. 메레디스는 인수하자마자 지난 3월에 타임사의 인력 1,000명을 10개월내에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메레디스는 원예, 가구등 가정용 잡지를 판매하던 미디어출판회사였는데, 시사잡지와의 시너지 효과도 나지 않았다. 결국 적자가 누적되면서 빨리 팔아치우려 한 것이다.

 

마침내 메레디스사는 사겠다는 사람을 찾았다. 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com)의 창업자인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 53)와 부인 린 베니오프(Lynne Benioff) 부부에 현금 1억9,000만 달러에 사겠다고 해 메레디스는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자매지는 빼고 타임지만 매각하는 조건이다.

28억 달러 주고 샀다가 1년도 되지 않아 자매지는 뺀다고 하더라도 본지인 타임지를 1억9,000만 달러에 파는 것은 엄청난 손해가 아닐까. 패키지로 파는 것이 얼마나 되는지 알수는 없지만, 대충 주먹구구로 셈을 해보아도 메레디스로는 1년 사이에 크나큰 손해 장사를 한 셈이다. 타임지를 운영하면 할수록 손해를 본다는 판단에 너무 싼 가격에 판 게 아닐까.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데이비드 페커라는 출판미디어 기업인이 타임사 브랜드 3개를 3억2,500만 달러 이상에 사겠다고 했는데, 거절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타임지만 2억 달러 가까운 가격에서 판 것은 합리적인 가격이라 할수도 있다.

메레디스는 타임지의 자매지를 모두 매각할 계획이다. 골프 매거진은 지난 2월에 하워드 밀스타인이라는 사람이 사겠다고 했다.

 

그러면 몇 개월만에 또다시 새주인을 만난 타임지 인쇄판은 살아남을 것일까. 베니오프 부부는 부자로 알려져 있다. 순자산이 60억 달러를 넘는다고 한다. 베이오프는 이번 인수가 개인적인 투자이며, 세일스포스닷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타임지의 힘은 인물과 이슈에 대한 독특한 스토리텔링이었고, 역사와 문화의 보고였다“면서 인수 이유를 설명했다.

타임지 인쇄판은 여전히 출판될 것으로 보인다. 타임지의 출판인 에드워드 펠센탈(Edward Felsenthal)은 뉴욕타임스지에 “타임지 본사는 여전히 뉴욕에 있을 것이며, 아직도 200만 구독자가 있으므로 프린트 타임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타임지는 서서히 인쇄 중심에서 탈피해 디지털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타임지 인수에서처럼 인쇄물 미디어들이 최근 인터넷 기업에 인수되는 것도 그런 경향을 반영한다. 아마존닷컴이 지난 2013년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애플 창업자 스티븐 잡스의 부인 로렌 파월 잡스가 명문 잡지 디 애틀랜틱의 지분 절반을 인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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