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PPP 방식이 대세…국내업계 “경험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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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PPP 방식이 대세…국내업계 “경험 부족”
  • 김현민
  • 승인 2018.09.1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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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의 대규모 PPP 발주…“국내 금융의 대규모 투자 절실”

 

세계적으로 대형토목공사에 민관협력 사업(PPP, public–private partnership, 3P 또는 P3)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조 달러 이상의 토목공사를 PPP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아시아 인프라 개발에 5년간 약 6조 달러 이상 투자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PPP 방식은 정부가 예산에서 자금을 마중물로 대고, 민간기업이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해 토목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민간기업은 토목공사를 완공한 후에 일정기간 수익률을 보장받게 된다.

김원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전세계 PPP 방식의 인프라 시장 투자는 1990년 130억 달러에서 2013년 약 1,500억 달러로 23년 사이에 11.5배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글로벌 PPP 투자 건수도 1990년 57건에서 2013년에는 291건으로 5.1배의 증가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이 가세하며 글로벌 PPP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인프라 시장에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트럼프 정부의 인프라 정책의 성패는 외국인 투자에 달려있다”고 말했고, 미국 상공회의소의 토머스 도나후 회장도 “해외자본의 미국 인프라 참여는 미국 뿐 아니라 외국에게도 매우 큰 이익이 될 것”이라며 해외자본 유치를 독려하고 있다.

 

▲ 자료: 건설산업연구원

 

코트라 뉴욕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인프라 시장에 캐나다, 일본, 호주, 중국이 덤벼들고 있다.

캐나다는 중앙 및 지방정부 공적연금기금을 통해 미국에서 기 완공된 시설의 장기 운영권을 인수하거나, 관련 기업 지분을 인수하는 브라운필드형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캐나다 3대 공적연금기금은 컨소시엄을 형성해 2015년 총 28억 달러를 투자해 향후 89년 동안 시카고 스카이웨이(Chicago Skyway) 운영권 확보에 성공한 바 있다. 퀘벡주 연금투자 펀드(CDPQ)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인프라 투자펀드 운영기금의 33.6%에 해당하는 54억 달러를 미국시장에 투자했다.

호주의 맬컴 턴불 전 총리는 지난 2월 미국을 방문해 자산 2조 달러에 달하는 호주 연기금을 활용해 미국 인프라 시장에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호주는 27개 연금기금이 공동 출자한 투자관리사를 통해 2010년부터 유료도로, LNG 터미널, 주차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140억 달러를 투자했다. 지난해 10월 주미 호주대사는 경제인 사절단을 이끌고 시카고, 인디애나, 워싱턴 등 순회하며 인프라 투자·기술 역량을 홍보하고 협력사업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일본 아베신조 총리는 일본 연기금 및 민간자본을 동원해 향후 10년 동안 미국 인프라 기업 채권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일본은 현재 계획 중인 캘리포니아 및 동북부 고속철도 프로젝트에 투자해 일본의 첨단 고속철도 기술을 미국으로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연기금인 GPIF(Government Pension Investment Fund)는 올해 1월 미국계 금융자문사 StepStone Global를 투자운용사로 선정해 대미 인프라 투자 기반을 마련했다.

중국도 국부펀드, 은행, 기업을 통해 미국 내 에너지 인프라 기업의 지분 인수에 집중하고, 최근에는 서비스 분야와 제조업의 동반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투자공사(CIC)는 2009년 미국 전력기업 AES 투자를 시작으로 2013년에는 재생에너지 관련 운영사 EIG Energy Partners 지분을 인수한바 있다.

 

▲ 자료: 국토교통부

 

하지만 우리나라의 PPP 투자는 경험이 부족하다. 중동 지역의 발주량 감소, 글로벌 플랜트 발주 위축으로 2015년 이후 해외건설 수주가 급감하고 있지만, 새로이 커가는 PPP 시장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해 민관협력 투자개발형 사업에 대한 우리기업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참여에 신중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우리 건설업계는 도급형 사업 수주에 성공해 해외건설사업을 확장해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원태 연구위원은 “글로벌 PPP 인프라 시장 환경에 우리나라 건설산업과 기업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정부 및 유관기관에서 투자자 및 수요자 입장의 요구에 맞는 지원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도 “고부가가치 민관협력 투자개발형 사업 수주를 위해 지난 6월 새롭게 출범한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민간·공공·정부가 협력하는 동반진출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트라 뉴욕무역관에 따르면, 향후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건설 시장 추세가 PPP 방식이 주류를 이룰 전망이지만, 우리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에서 투자개발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3%에 불과하다. 이는 해외사업을 위한 금융지원 수요를 국내 금융이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뉴욕무역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투자공사(KIC)와 국민연금등 국내 공적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각각 12.4%, 10.7%(2015년 말 기준)인데 비해 해외 국부펀드의 경우 CIC(중국)는 37.7%, GIC(싱가포르)는 16%, CPPIB(캐나다)는 36.5%, CalPERS(미국)는 20.9% 수준의 대체투자 비중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 인프라 시장에서 우리기업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공적기금의 대체투자 비율을 높여 정책금융 형태의 투자개발형 인프라펀드 재원을 확대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정책 검토가 요구된다.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철도공사, 건설공제조합 등이 출자한 글로벌인프라펀드(Global Infra Fund)는 약 3억9,000만 달러의 운영자금을 조성했지만, 2015년 말 기준 투자실적은 파키스탄, 터키 등 4건 사업에 약 1,600억 원 투자에 그쳤다. KIC 출자로 2015년 조성한 코리아해외인프라펀드(Korea Overseas Infra Fund)는 20억 달러 규모이나, 우리기업들의 해외 진출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한 규모이며, 투자대상 지역도 개도국에 집중되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트라 뉴욕무역관은 “연기금과 국부펀드 등 정책금융을 통한 투자만으로 우리기업의 미국 등 해외 프로젝트 진출을 위한 금융지원에는 한계가 있고, 민간 금융사의 투자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민간금융사가 우리기업의 해외 건설사업에 대출을 제공하기 위해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의 신용보증을 대폭 확대해 금융 리스크를 완화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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