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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수 에세이] 5월의 이탈리아②…콜로세움 가는 길

기사승인 2018.08.29  18: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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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난 관광지 앞 식당에도 바가지 상혼(商魂)은 없었는데···

 

[조병수 프리랜서] 드디어 로마에서의 아침 해가 밝았다. 오후에 ‘바티칸 투어’에 참여키로 했으니, 아침나절에는 지형지물이라도 살필 겸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청명한 하늘아래 상쾌한 공기가 가슴을 파고든다. 대도시임에도 공해나 소음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생각보다는 훨씬 깨끗하고, 크게 번잡하지도 않은 테르미니 역 앞의 친퀘첸토광장을 지나서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Basilica di Papale di Santa Maria Maggiore)으로 향했다. 여행준비를 하다가 이 성당의 건축과 관련된 “눈(雪)의 기적” 이란 전설을 접하면서 왠지 모르게 끌렸던 곳인데, 역에서 가깝기에 우선 그곳부터 둘러보기로 한 것이다.

그 전설의 내용은 이렇다. 서기 352년 아들 갖기를 원하다가 더 이상 자녀를 가질 수 없는 나이가 되어서 전 재산을 성모마리아께 바치기로 결심하고 성전건립장소를 물으며 기도하던 조반니(Giovanni)라는 로마귀족이 있었는데, 그 부부의 꿈속에 성모마리아가 발현하여 “다음날 아침 눈이 내리는 곳에 나를 위한 성당을 지어라”라는 계시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교황 리베리오(Liberio. 재위 352~366년)의 꿈속에서도 “다음날 범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면 나를 위한 성당을 짓도록 지시하라”는 성모마리아의 계시가 있었는데, 이들 세 사람의 꿈속 계시대로 한여름인 8월5일 아침 귀족 조반니의 소유지인 에스퀼리노(Esquilino)언덕 꼭대기에 하얗게 눈이 내려있더라는 것이다.

“눈이 하나님께서 택하신 순결의 상징”임을 깨닫고, 눈이 내린 자리에 성당을 건축하여 서방 최초로 성모마리아에게 봉헌하였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리베리오 대성당, 눈의 성모대성당으로도 불리는 이 성당은 매년 8월5일 축일 미사에 눈을 상징하는 하얀 꽃을 떨어뜨리며 눈이 내렸던 기적을 기념한다고 한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한산한 성당 앞을 무장 경찰관들이 지키는 모습이, 최근의 테러위협 같은 어지러운 세태를 상기시킨다. 저만치 광장 중앙에 높다란 성모 석주(聖母石柱)가 우뚝 서있다. 1614년에 세워졌다는 그 석주 위에 ‘아기예수를 안은 마돈나’라는 청동상이 보인다.

검색대를 거쳐 성당 안으로 들어서자, 휘감아 드는 황금빛이 아침 햇살과 어우러져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때까지만 해도 금으로 입힌 격자무늬의 천정이 16세기 르네상스 조각가 줄리아노 다 상갈로(Jiuliano Da Sangallo)의 작품인지도, 콜럼부스의 아메리카대륙 발견 후 신대륙에서 가져온 첫 번째 금으로 헌정되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그 황홀한 색감에 빠져들고 만다.

 

▲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의 내부 /사진=조병수

 

중앙제단 아래에는 아기예수가 베들레헴에서 태어날 때 누웠다는 말구유의 일부가 보존되어 있다. 그 전시실의 경건한 분위기 탓인지 조명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상하게 눈이 부셔서, “나무로 된 구유를 토대로 재현된” 성탄(聖誕)형상을 좀더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채 돌아선 것이 아쉽다.

그 전시실 앞에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기도하는 자세로 앉아있는 하얀 대리석 조각상이 놓여져 있다. 성모 공경(恭敬)이 각별했던 교황 비오 9세(Papa Pio IX. 재위 1846~1878년)의 기도하는 모습이라는데, 울긋불긋한 대리석으로 치장된 공간을 가득 채운듯한 조각상의 크기가 조금은 부자연스럽다.

‘하나님 앞에 선 우리 인간의 모습이 이렇게 큰 것이어도 되는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 아기예수의 말구유와 교황 비오9세의 조각상-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사진=조병수

 

그 성당에서 얻은 경건한 마음을 가다듬으며, 영어식 표현으로는 ‘콜로세움’이라는 그 유명한 원형경기장 콜로세오(이탈리아어, Colosseo)를 찾아 나섰다.

완만한 언덕길아래 저 앞쪽으로 대형투어버스들이 줄지어 달려가는 것이 보이자, 덩달아 내 발걸음도 빨라진다. 왼편으로 난 골목 안으로 담쟁이 넝쿨 우거진 건물과 그 아래로 뚫린 터널을 통해 파란 하늘과 맞닿은 돌계단이 보인다. 호기심이 동해서 계단을 따라 마치 동굴 같은 터널을 지나자, 조그만 광장과 이어진 골목길에 성당과 도서관 같은 건물들이 늘어서있다.

길가에 기념품 행상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나름 무슨 관광지인 것 같긴 한데, 콜로세움를 찾는 마음이 바빠서 그대로 지나쳤다.

멋모르고 오른 그 돌계단이 보르지아 가문의 고건축물 아래에 있는 보르지아 계단(Scalinate dei Borgia)으로 로마에서 제법 인상적인 곳으로 꼽히는 계단이고, 먼 발치에서 쳐다본 그 성당에 미켈란젤로의 작품인 모세상이 있으며, 베드로를 묶었던 쇠사슬이 보관되어 있는 ‘쇠사슬의 베드로 성당(Basilica di San Pietro in Vincoli)’이라고는 짐작도 못한 채로 말이다.

 

▲ 보르지아 계단(Scalinata dei Borgia) /사진=조병수

 

골목길 끝자락의 젤라토(gelato) 가게에서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머금으며 몇 걸음 더 걸어가노라니, 오래된 돌기둥 같은 유적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연이어 거대한 원형경기장 모습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탄성이 절로 난다. 갑자기 역사의 바다 속으로 풍덩 뛰어든 것 같다.

아직 오전 10시도 안되었는데, 둘레가 532미터나 된다는 원형경기장 주변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북적대고 있다. 콜로세움 안으로 들어가려고 출입구마다 길게 늘어선 인파에 놀라고, 서기 80년에 완공된 이후 그곳에 흩뿌려진 잔혹함은 역사 속에 파묻은 채 오랜 세월의 풍상(風霜)에 맞서온 흔적에는 할 말을 잊는다.

그 옆으로, 파리 개선문의 모델이 되었다는 콘스탄티누스 개선문(Arco di Constantino)과 로마의 발상지라는 팔라티노 언덕(Collina del Palatino) 주변을 거닐다가, 불현듯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Rome was not built in a day.)”는 글귀를 떠올려본다.

 

▲ 팔라티노 언덕 부근 /사진=조병수

 

아침나절 두어 시간 걸은 것 만으로도 제법 지친다. 쉬운 대로 가까이 보이는 지하철역 앞 카페에 앉았더니 그야말로 명당이다. 바로 길 건너편으로 5만명이상의 관객을 수용하던 4층짜리 원형경기장을 바라보면서 따뜻한 커피의 정취까지 곁들일 수 있으니···.

그곳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계산을 하려는데, 1.50유로짜리 ‘pane’가 3개나 포함되어 있다. ‘빵’이라면 먹은 적도 없는 터라 물어보니, 짤막하게 “테이블 차지”라고 한다. 그런데도 불쾌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정도인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졌음은 무슨 조화일까?

세계적으로 이름난 관광지, 콜로세움 바로 앞의 거리카페였다. 그럼에도, 이탈리아에서 일반적이라는 에스프레소(caffè espresso)가 아니어서 그런지 아메리카노 커피값만 한국의 브랜드 커피점과 비슷했을 뿐, 식·음료 값이 비싸다거나 음식의 질이 나쁘지도 않았다. 게다가 봉사료 격인 테이블 차지도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정도였기 때문이리라.

 

▲ 콜로세움 /사진=조병수

 

여러 사람들의 이탈리아 여행기에 바가지 상혼(商魂) 얘기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비록 2주간이긴 하지만, 다녀 본 지역들 어디에서도 터무니 없는 음식이나 무리한 계산서를 받아본 적이 없다. 나 혼자만 요행히 그렇게 경험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것이 이탈리아의 식당문화나 규범이 아닌가 싶다. 자리에 앉아서 먹는 것과 사서 들고나가는 것에 약간의 가격차이가 있는 것도 오히려 합리적인 것 같고···.

2016년 기준으로 입국한 외국인관광객수가 5,200만명이고 관광산업 세계 5위권인 이탈리아에서도 그러할진대, 외국인관광객수가 그 1/3수준에도 못 미치는 우리나라에서는 심지어 내국인들조차도 ‘관광·휴양지에서의 무리한 물가와 비용 탓에 차라리 외국행을 택한다’는 말이 나오는 형편이다. 우리 관광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성찰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로마에서의 첫날 아침, 이탈리아에 대한 그 동안의 부정적 선입관이 콜로세움 앞에서부터 그렇게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조병수 프리랜서 bscho5@hotmail.com

<저작권자 © 오피니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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