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간첩 출신이 공기업 감사 후보에 오르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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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간첩 출신이 공기업 감사 후보에 오르는 시대
  • 김현민
  • 승인 2018.08.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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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동아 “간첩전과가 이젠 훈장인가”…보수 야당, 비판 성명

 

황인오씨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 과거사 진상위원회가 1992년 중부지역당 사건을 재조사하려 할 때 그는 “간첩단 사건이 왜곡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씨는 남파간첩에 포섭돼 노동당에 가입, 북한에 들어가 간첩교육을 받고 내려와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을 결성한 혐의로 1992년 안기부에 구속돼 무기징역이 확정됐다가 1998년 형집행정지 조치로 풀려났고, 2003년 특별사면복권을 받았다.

황씨는 2005년 2월 4일자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수사발표에서 몇몇 단체의 이름이 틀렸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 사건이 실재했었다고 인정한다”면서 “다른 사람들이 북한과 연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은 북한과의 연결부분에 대해 몰랐고 나는 알았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북한과의 연계설을 인정했다.

그의 간첩활동은 그 스스로도 부인하지 않고, 과거사 진상조사위원회에서도 재확인되었다.

그런 전력의 황씨가 공기업인 강원랜드 감사 상임감사 최종후보 2인에 올랐다.

 

25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황씨가 강원랜드 감사후보로 오른 것과 관련한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간첩 출신이 공기업 감사 최종 후보, 이젠 그게 훈장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황씨가 최종 후보가 될 때까지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놀랍다. 강원랜드는 지난 5월 감사 지원자 16명을 서류 접수한 뒤 면접 등으로 5명을 뽑았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5명을 심사해 황씨를 포함한 2명 명단을 강원랜드로 보냈다. 두 달 넘게 진행된 이 과정을 황씨는 무사히 통과했다. 인터넷에 황씨 이름만 넣어봐도 간첩 전력은 줄줄이 나온다. 운동권 정권이 들어섰으니 간첩 이력은 훈장이라고 생각했나. 어떻게 '민주화 투쟁'과 '김씨 왕조를 위한 투쟁'이 한배를 타나. 황씨가 최종 후보가 된 과정도 밝혀져야 한다.”

 

동아일보는 “공기업 감사 최종후보가 된 간첩 전과자”란 사설에서 “이 나라의 정통성을 부인하고 적대시했던 사람이 ‘보은인사’의 대상이 된다면 대가 없이 헌신한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은 뭐가 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황 씨는 강원랜드에서 제출한 이력서 등 관련 서류에 강원 정선군 사북읍의 광부 경력만 기재하고 간첩죄로 구속·수감됐던 사실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주변의 추천과 비호가 없고서야 카지노나 휴양 관련 전문성이 없는 황 씨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 최종후보가 될 수 있었을지 의심스럽다.”

 

황씨는 정선 사북탄광에서 일한 적이 있다. 사북사태 30주년이 되는 2010년 그는 한겨례신문에 “사북 30년, 죽음에서 생명의 땅으로”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카지노 운영을 위임받은 강원랜드와 관계당국은 도박산업의 비중을 낮추고 건강한 가족·생명관광분야로 주력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작 신문에 기고문 하나 낸 게 그의 전문성이다.

조선일보 사설은 “그는 강원랜드에 대해 '나라를 도박 천국으로 만든다'고 맹비난했던 사람이다. 바로 그곳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다면 스스로 부끄럽지 않나”고 했다.

 

보수 야당은 일제히 비난성명을 냈다.

자유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성명에서 “정권 핵심의 비호 없이 지하당 총책이었던 자가 공기업 임원 후보에 오를 수 있나”며 정권의 비호 가능성을 따졌다. 신 대변인은 “청와대는 황 씨를 문피아 완결자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당장 철회하고, 어떤 추천과 심사 과정이 있었는지 해명해야 한다”며 “전대협 출신이 대거 진입한 청와대 내 어떤 인사의 개입이 있었는지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라고 성토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강원랜드의 신임상임감사 최종 후보에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의 핵심 인물 황인오씨가 올라왔다”면서 “황씨는 자신의 간첩 이력은 서류에서 뺐으며, 강원랜드를 두고 나라를 도박 천국으로 만든다는 등 전문성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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